보험료 한 달 내고 최대 119개월 추납 가능
추납 신청, 법정 최대치 108~119개월에 집중
영국 6년·일본 10년 이내 신청…한국은 무기한
실제 납부요건·보험료 산정기준 개편 필요안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실직이나 경력단절로 내지 못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나중에 내는 추후납부(추납) 제도가 연금 수급권을 사후에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보험료를 한 달만 낸 뒤 최대 119개월을 추납할 수 있고, 신청기한에도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11일 국민연금공단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추납은 실직이나 사업 중단, 양육·돌봄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한 기간을 나중에 납부해 가입기간으로 복원하는 제도다. 가입 공백으로 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연금액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현행 제도에서는 추납 대상 기간이 있는 가입자가 보험료를 한 달만 낸 뒤 나머지 119개월분을 한꺼번에 내 노령연금 수급에 필요한 가입기간 10년(120개월)을 채울 수 있다. 전업주부 등 의무가입 대상이 아닌 사람도 임의가입으로 자격을 얻은 뒤 별도의 실제 보험료 납부기간 없이 추납할 수 있다.
실제 추납 신청은 법정 최대 허용기간에 가까운 108~119개월 구간에 집중되고 있다. 가입 공백을 일부 메우기보다 10년 가까운 기간을 한꺼번에 복원하려는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전체 추납 신청도 2023년 8만7644건에서 2024년 13만8459건, 지난해 24만4329건으로 2년 만에 2.8배 증가했다. 올해 1~6월에도 10만6838건이 접수됐다.
추납은 도입 당시 인정기간에 상한이 없었다. 은퇴 직전 10년 치나 20년 치 보험료를 몰아서 내는 사례가 늘자 국회는 2020년 12월 추납 가능 기간을 최대 119개월로 제한했다. 이에 신청 건수는 2020년 27만1303건에서 2023년 8만7644건까지 감소했지만 이듬해부터 다시 증가했다.
장기간 보험료를 낸 가입자와 은퇴 직전 목돈으로 과거 가입기간을 복원한 가입자 사이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성실 가입자는 보험료 납부에 따른 가처분소득 감소를 10년, 20년간 감수하지만 추납 신청자는 예상 연금액을 확인한 뒤 유리한 시점에 가입기간을 늘릴 수 있어서다.
최근 정부 대책은 외국인의 추납 악용을 막는 데 맞춰졌다. 외국인 추납 신청은 2016년 87건에서 지난해 1517건으로 17.4배 늘었다. 추납으로 가입기간 10년을 채워 수급권을 얻은 외국인도 2016년 27명에서 올해 6월 2250명으로 83.3배 증가했다.
정부는 한 달 중 15일 이상 국내에 실제 체류한 달만 추납 대상 기간으로 인정하고, 상대국이 한국인에게 추납을 허용할 때만 해당 국가 국민에게도 허용하는 상호주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내국인도 임의가입으로 자격을 얻은 뒤 장기간 추납할 수 있어 제도적 허점을 막기 어렵다.
해외에서는 추납 사유와 기간뿐 아니라 신청 시점도 제한한다. 영국은 최대 6년분을 해당 기간 발생 후 6년 안에 신청하도록 하고, 일본도 보험료 면제·유예 기간 등에 대한 추납을 10년 이내로 제한한다. 프랑스는 학업·불완전 가입기간을 합쳐 최대 12분기만 인정하고, 독일은 학업기간 추납을 45세 이전에 신청하도록 한다. 한국은 최대 119개월이라는 상한만 있을 뿐 일반적인 신청기한은 없다.
이에 추납을 학업과 양육·돌봄, 군복무, 실업 등 가입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사유 중심으로 허용하고 해당 사유가 끝난 뒤 일정 기간 안에 신청토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의가입자는 일정 기간 실제 보험료를 낸 뒤 추납을 허용하거나 실제 납부기간에 비례해 추납 가능 기간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료 산정 방식도 손질 대상으로 꼽힌다. 추납보험료는 신청 시점의 기준소득월액으로 결정된다. 같은 기간 추납해도 신청 당시 가입 유형과 기준소득월액에 따라 부담액이 달라져 유리한 시점을 선택할 여지가 있다. 기준소득월액을 통일하거나 과거 소득과 현재 소득을 함께 반영할 필요가 있다.
다만 추납 인정 범위를 일률적으로 줄이면 실직자와 경력단절자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까지 약화할 수 있다. 올해 4월 기준 지역 납부예외자는 233만8000명, 13개월 이상 장기체납자는 43만9000명으로 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이 277만7000명에 달한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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