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임금 23% 뛸 때 비IT는 6.5% 상승
소득 증가 일부 업종·고소득층에 집중
소비 대신 부동산 유입땐 집값·가계빚 자극
반도체 고용유발계수, 산업연쇄 효과 최저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반도체 호황이 한국의 경제 성장세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늘어난 소득이 IT 제조업 등 일부 산업과 고소득자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경우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경제 전반에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1일 한국은행과 국가데이터처 등에 따르면 반도체를 포함한 IT 제조업 종사자들의 임금총액은 2024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2년 새 23.1% 늘었다. 같은 기간 비IT 제조업은 6.5% 늘어나는 데 그쳤다. 두 업종의 임금 상승률 격차가 약 3.5배에 달한 셈이다. 건설업은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IT 제조업과 비교하면 8분의 1 수준이다.
소득계층 간 격차도 확대됐다. 실질 근로·사업소득(도시 2인 이상 가구) 기준 고소득층(소득 상위 40%) 소득이 2020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6년 새 5.5% 늘어나는 동안 저소득층(소득 하위 40%)의 소득 상승률은 절반 수준인 2.6%에 그쳤다. 기존 소득 차이를 고려하면 두 계층 간 소득 격차가 더 큰 폭으로 벌어진 셈이다. 반도체 등 수출 IT 대기업을 중심으로 소득이 빠르게 늘면서 업종·계층 간 소득의 양극화가 더 커지는 양상이다. 내년부터 반도체 성과급 인상 등 IT 대기업을 중심으로 소득이 급등하면 이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반도체 수출 가격이 오르면서 명목GDP를 크게 끌어올리는 상황이다. 2분기 한국의 명목GDP(국내총생산)는 지난해 2분기보다 26.4% 증가했다. 47년여 만에 가장 큰 증가율을 기록했다.
앞으로 문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급격히 늘어난 소득이 어디로 향하느냐다. 한은은 전날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반도체 및 여타 제조업 업황 호조가 일부 주력 대기업에 집중되고, 해당 부문 종사 가계의 소득 여건 개선이 전반적인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 긍정적 파급효과가 제약될 수 있다”며 “가계측면에서도 임금 등 소득여건 개선이 수출 및 대기업에 국한되면 다른 부문의 소비 회복이 제약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늘어난 소득이 내수로 흘러가지 않으면 경제 성장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이다. 한은에서도 반도체 성과급 등으로 늘어난 소득이 소비 대신 부동산 등 자산 형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지급과 사내대출 기대 등에 반도체 핵심 수혜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소득이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부동산으로 쏠리면 경제 성장세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집값과 가계부채를 자극해 금융불안정이 커지는 것도 골칫거리다.
반도체 산업의 경제 파급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경제 성장세에는 걸림돌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반도체의 고용유발계수는 생산 10억원당 2명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사회복지(22.4명), 교육(10명), 의료(8.6명) 등 서비스업뿐만 아니라 선박(4.9명), 자동차(4.3명), 화학섬유(4.2명) 등 다른 제조업과 비교해도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반도체 산업의 ‘온기’가 산업 전체로 퍼지는 효과도 미미한 실정이다. 2023년 기준 반도체의 후방연쇄효과와 전방연쇄효과는 각각 0.79, 0.78이었다. 전 산업 평균치인 1에 모두 못 미치는 데다, 다른 주요 업종들과 비교해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방연쇄효과란 산업의 성장이 해당 산업의 생산물을 사용하는 다른 산업을 발전시키는 효과를, 후방연쇄효과란 반대로 해당 생산물을 만드는 데 투입되는 원재료 생산 업종을 발전시키는 효과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보다 소비자와 가까운 산업에 파급되는 효과가 전방연쇄효과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명목 성장률 급등은 거시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제에 파급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는 한편 성장잠재력을 강화하기 위한 효과적인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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