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후보직에서 자진사퇴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용 후보자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으로부터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하다는 상황을 고려하여 거취를 결단해달라는 의사 전달받았다”며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어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상기한 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용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비례대표 의원 겸직 논란 등이 불거지며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일각에서도 사퇴 압박을 받아 왔다. 여기에 배우자의 기본소득당 당직 ‘셀프 임명’ 의혹과 사당화 논란 등까지 나오면서 용 후보자를 향한 비난의 수위는 높아졌다.
그럼에도 용 후보자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원칙”이라고 강조하는 등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발언 전문
안녕하십니까.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용혜인입니다.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오늘로 딱 2주가 지났습니다. 대통령께서 30대 야당 국회의원을 국민주권정부의 국무위원으로 지명하신 뜻은, 민주 진보 진영 내의 연대의 정신을 살리고, 현장과 호흡해 온 경험을 살려,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하루빨리 만들어 가기를 바라는 결단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줄곧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성평등가족부 장관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지난 6년 동안 의정을 활동하면서 만났던 여성, 성소수자, 청소년, 성범죄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떠올리면서, 해내고 싶은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한 명의 여성도 더 잃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젠더 폭력에 더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함께 돌보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가족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도록 변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누구도 일과 양육 중 한 가지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청소년들이 어떤 환경에서도 마음껏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국민주권정부의 탄생을 위해 앞장서 뛴 사람으로서, 그 성공을 함께 책임지는 연대의 정신을 이어내고 싶었습니다. 비록 작은 정당이지만 비전과 정책이 분명한 기본소득당과 저 용혜인에게 거는 기대와 함께, 새로운 소임을 맡겨주신 대통령의 결단에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주 동안 후보자 검증은 포기한 채, 소수 정당의 어려운 형편을 조롱하고 폄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행태와, 사실 확인은 뒷전으로 미루고 반론권조차 보장하지 않은 일부 언론들의 악의적인 왜곡 보도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인사청문회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떳떳하지 않은 것이 없기에 국민 앞에 하나하나 소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끝내 인사청문회 일정 잡기를 거부했습니다.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가짜 정보와 억측 속에, 국민께 진실과 또 제 진심을 직접 전하고자 먼저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자회견 후에 많은 분으로부터 ‘이제야 사실을 알게 됐다’ ‘오해가 풀렸디’ ‘앞으로도 힘내라’라는 지지와 응원의 말씀을 전해 들었습니다. 동시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연 기자회견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 주셨습니다. 제 부족함입니다. 겸허히 수용합니다.
저는 모두를 위한 성평등 실현과 연대의 정신으로 장관 후보자 지명을 수락했고, 인사청문회를 통해 남은 의혹들 역시 해소해 나가겠다는 입장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하여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습니다. 그 뜻을 알기에 저 역시 깊이 고심했습니다.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입니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지금 여기서 멈추는 것이 더불어민주당과 기본소득당, 그리고 민주 진보 진영 내의 연대의 정신을 이어나가는 데에도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저 용혜인은 이재명 정부의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저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합니다. 대통령께서 저를 믿고 큰일을 맡겨주셨던 믿음에 감사드리고, 또 그 소임을 미처 다해내지 못하여 송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들께서 보내주신 응원과 격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끝까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합니다. 제 부족함에 대한 지적도 하나하나 겸허하게 새기겠습니다.
후보자로서 약속드렸던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길, 그리고 이재명 정부와 함께 기본소득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겠다는 점도 분명히 약속드립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저를 돌아보고, 겸허하고 성숙한 자세로 의정 활동에 매진하겠습니다. 진심을 담은 정치, 그리고 미래를 향한 희망으로 국민께 보답하기 위해 성심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상 마치겠습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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