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가정용 히트펌프 시장 꿈틀
오텍캐리어, 난방 전기화 사업 선정…시장 공략 본격화
히트펌프 1세대 강조…삼성·LG전자 등과 경쟁
[헤럴드경제(제주)=부애리 기자] “예전에는 영업사원이 찾아다녔는데, 지금은 소비자가 먼저 찾아옵니다.”
15일 제주시 도두항길에 위치한 한 단독주택. 마당 한쪽에 에어컨 실외기를 닮은 흰색 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오텍캐리어가 설치한 가정용 공기열보일러(히트펌프)다. 기름이나 가스를 태워 열을 만드는 기존 보일러와 달리 외부 공기에서 열을 끌어와 물을 데우고, 이를 바닥 난방과 온수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제주에서 오텍캐리어 히트펌프를 보급하고 있는 정승진 제이앤에이 대표는 “에어컨을 반대로 생각하면 쉽다”라고 설명했다. 에어컨이 실내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 찬 공기를 만든다면 히트펌프는 외부 공기의 열을 끌어와 물을 데우는 원리다.
제주에서 히트펌프가 관심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난방비다. 정 대표에 따르면 먼저 히트펌프를 사용해 온 제주 상업시설에서는 기름보일러를 사용할 때보다 유지비가 절반가량 줄어든 사례가 나오고 있다.
정 대표는 “상업용은 이미 겨울을 난 곳들이 있는데 기름보일러와 비교하면 유지비가 50% 정도 절약된다”라며 “기존 가정용 설치 사례에서도 난방비가 절반 정도 줄어든 곳이 있다”라고 말했다.
기름값 부담에 제주 가정집 파고든 히트펌프
제주가 가정용 히트펌프 시장의 시험대로 떠오른 배경에는 지역 특유의 난방 환경이 있다. 도시가스 보급률이 낮고 단독주택 비중이 높아 등유나 액화석유가스(LPG) 보일러를 사용하는 가구가 상대적으로 많다. 이 때문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주를 시작으로 등유·LPG 보일러를 고효율 히트펌프로 교체하는 ‘난방 전기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지원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현장에서 체감하는 소비자 관심도 달라졌다. 올해 하반기 오텍캐리어의 14㎾와 16㎾ 가정용 히트펌프 2종이 정부의 ‘2026년 난방 전기화 사업’ 2차 지원 대상 제품으로 지정됐다. 정 대표는 “오텍캐리어가 이번 하반기 사업에서 배정받은 물량이 약 179대인데, 현재 100세대 이상에서 신청 서류를 받아놓은 상태”라며 “겨울철 기름값 부담 때문에 먼저 문의하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겨울철 기름값 부담을 줄이려는 단독주택 거주자들을 중심으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오텍캐리어가 가정용 히트펌프 시장에 뛰어든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회사는 국내 히트펌프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전인 2011년 인버터 하이브리드 보일러 개발에 착수해 2014년부터 보급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광주 생산기지에서 가정용 히트펌프 보일러 양산에 들어갔다.
삼성·LG전자도 제주로…가정용 히트펌프 ‘각축전’
이날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그린수소글로벌포럼에서도 가정용 히트펌프 시장을 둘러싼 기업들의 경쟁을 엿볼 수 있었다. 행사장에는 오텍캐리어뿐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대성히트에너시스 등 제주 난방 전기화 사업에 참여하는 4개 업체가 가정용 히트펌프를 나란히 전시했다.
각 사의 제품은 얼핏 보면 대형 에어컨 실외기와 비슷했다. 제주 시범사업을 계기로 그동안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생소했던 가정용 히트펌프 시장이 열리면서 업체 간 시장 선점 경쟁도 한창이다.
김민석 오텍캐리어 시스템영업팀 팀장은 “제주 시범사업은 올해 2460대 규모로 진행되고 있고 오텍캐리어는 하반기부터 참여하고 있다”라며 “오텍캐리어는 히트펌프 사업 경험과 서비스망 등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과의 경쟁에 대해 “대기업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지만, 냉난방 기술의 원조 회사인만큼 최대한 보폭을 맞춰 바로 뒤에서 쫓아가는 것이 목표”라며 “내년부터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가정용 히트펌프 시장도 한층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전국 확산 관건은 ‘전기요금’…공동주택 보급도 숙제
다만 제주에서 시작된 가정용 히트펌프 시장이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전기요금이다. 히트펌프는 전기를 이용해 열을 옮기는 만큼 높은 효율에도 가정용 전기요금의 누진제가 적용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
김 팀장은 “제조사가 제품을 잘 만든다고 해서 되는 시장이 아니다”라며 “전기를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누진제 문제나 히트펌프 전용 요금제 등 정책이 제대로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동주택으로 보급 대상을 넓히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올해 난방 전기화 사업은 단독주택 등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으로 확대하려면 실외기와 축열조 설치 공간 확보, 기존 난방설비와의 연계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b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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