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도당 먹인 대장균서 생분해성 고분자 생산
- 기존보다 접착력 9% 향상, 내열성·재접착↑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석유 대신 대장균으로 접착제를 만드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포도당을 먹인 대장균에서 생산한 바이오 고분자가 기존 석유계 접착제보다 높은 접착력을 입증했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이 대장균의 유전자와 대사경로를 정밀하게 설계해 포도당으로부터 고성능 접착제 소재를 생산하는 ‘미생물 세포공장’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택배 상자부터 가구, 전자제품, 자동차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핫멜트 접착제는 열을 가하면 녹고 식으면 굳으면서 물체를 붙이는 소재다. 현재는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등 석유 유래 고분자가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아 폐기물과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미생물이 재생 가능한 원료로 생산할 수 있는 생분해성 고분자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PHA)’에 주목했다.
핵심은 접착력과 내열성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다. 연구팀은 소재를 부드럽고 잘 달라붙게 하는 4-하이드록시부티레이트(4HB)와 단단함 및 내열성을 높이는 페닐락테이트(PhLA)를 결합했다. 두 성분의 비율을 조절해 원하는 물성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대장균 내부의 대사경로를 재설계하고 유전자 발현과 효소 작용을 최적화했다. 컴퓨터 기반 대사모델을 활용해 생산 과정의 병목 현상도 해결했다.
그 결과 배양액 1리터당 새로운 고분자 ‘poly(4HB-co-PhLA)’ 10.2g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또 다른 성분인 3HB를 추가한 고분자는 생산량을 1리터당 52.8g까지 끌어올렸다.
접착 성능도 기존 상용 제품을 뛰어넘었다.
연구팀이 스테인리스강을 대상으로 전단 접착 시험을 진행한 결과, 새롭게 개발한 고분자의 접착력은 4.58MPa로 상용 EVA 접착제(4.20MPa)보다 약 9% 높았다. 목재 접착 시험에서도 다른 바이오 고분자가 상용 EVA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나타냈다.
특히 반복해서 녹였다가 다시 붙여도 상당 수준의 접착력을 유지했다. PhLA 성분을 도입하면서 열에 견디는 성질도 향상됐다.
생분해 가능성도 입증했다. 고분자에 지방 분해효소인 리파아제를 처리하자 표면이 손상되고 분자량과 전체 질량이 감소했다. 다만 실제 자연환경에서의 분해 속도와 상용화 가능성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성과는 석유화학 공정에 의존하던 기능성 고분자를 미생물로 직접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테인리스 부품의 임시 고정, 금속 시트 위치 고정, 금속 표면의 탈부착 필름 접착, 크라프트지 접착, 골판지 밀봉, 종이 포장재 조립 등 포장 분야에 적용 가능성이 있다.
이상엽 특훈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생물의 대사를 정밀하게 설계해 단순히 고분자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기능성 소재를 직접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향후 석유 기반 접착제뿐 아니라 여러 기능성 고분자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바이오제조 기술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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