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이제 생굴 먹어도 된다?’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든 10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수요가 늘어나는 음식이 있다. 바로 추위와 함께 제철이 찾아오는 ‘굴’.
흔히들 굴을 먹을 때는 ‘노로바이러스’의 위험에 주목하곤 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위험성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굴 속에 가열해도 사라지지 않는 수상한 물질이 숨어 있다는 것.
그 물질의 정체는 ‘미세플라스틱’. 실제 우리가 섭취하는 국내산 굴에 다수의 미세플라스틱이 함유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굴이 갑자기 달라진 게 아니다. 우리가 바다에 버린 플라스틱이 잘게 부서져, 다시 제철 굴의 몸속으로 돌아온 것.
특히 바닷물을 여과해 먹이활동을 하는 굴의 경우 미세플라스틱에 취약한 대표 수산물로 분류된다.
이에 지속가능한 수산물 섭취를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해양 플라스틱 오염 관리에 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양식 굴은 10월부터 생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듬해 5월까지 출하가 집중되는데, 특히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김장철과 겨울철 생굴 수요가 몰리는 시기다.
그런데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는 굴은 일명 여과섭식자. 아가미를 통해 물을 빨아들이고, 그 속에서 플랑크톤 및 유기물을 걸러낸 뒤 먹이를 찾는다. 문제는 굴이 섭취하는 먹이의 크기가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크기와 유사하다는 것.
실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국립수산과학원(NIFS) 연구진이 지난달 15일 국제학술지 ‘아쿠아컬처 리포트(Aquaculture Reports)’에 등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남해와 서해에서 양식된 참굴에서는 지역을 막론하고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연구진은 양식 방식이 다른 남해와 서해 양식장에서 기른 굴을 대상으로 몸속에서 발견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과 크기, 형태, 재질 등을 비교했다. 전체 조사 결과 굴 한 개체에서 평균 15.07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어느 한쪽 굴에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쌓였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남해산 굴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수와 평균값이 서해산보다 높기는 했지만,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대신 ‘어떤 플라스틱이 들어 있느냐’에서는 차이가 뚜렷했다. 주목할 만한 결과는 특산지로 유명한 남해산에서 확인된 미세플라스틱. 그 가운데 68.5%는 폴리스티렌(PS)이었다. 흔히 ‘스티로폼’으로 부르는 발포폴리스티렌(EPS)을 만드는 데 쓰이는 물질이다.
국내에서 소비하는 양식장 굴의 경우 ‘미세플라스틱’의 농도가 유독 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원인은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스티로폼 부표. 작은 마찰에도 흰 입자가 떨어져 나가는 부표의 특성상, 미세플라스틱 유발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굴 양식장에서는 오랫동안 스티로폼 부표가 대량으로 사용돼 왔다. 싸고 가벼운 데다 부력이 커 굴이 매달린 줄을 띄우기에 편리하다. 하지만 쉽게 부서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다 위에서 오랜 시간 햇빛과 파도에 노출되고, 다른 시설과 계속 부딪히다 보면 표면이 떨어져 나간다. 처음에는 커다란 부표였던 플라스틱이 작은 알갱이로 잘게 부서져 바다 곳곳으로 흩어지는 것이다.
실제 해양수산부가 2020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당시 전국 양식장에서 사용되던 부표 약 5500만개 가운데 약 4100만개, 75%가 스티로폼 부표였다. 해수부 역시 스티로폼 부표가 사용 중 쉽게 파손돼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지속적으로 친환경 인증재료로 부표를 교체하고, 새로 스티로폼 부표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 부표 교체가 미세플라스틱 검출 문제의 완전한 해결책이 되기는 힘들다.
바다에는 수십년간 유입된 폐부표와 폐어구가 남아 있다.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다른 플라스틱 자재도 있다. 여기에 육지에서 버려진 페트병과 비닐, 합성섬유 등 각종 생활 플라스틱까지 하천과 바다로 흘러든다.
세계자연기금(WWF)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된 모든 플라스틱 중 60%는 쓰레기가 된다. 2015년 집계 기준만 해도 바다로 흘러 들어간 쓰레기양은 1억5000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며 햇빛과 파도, 마찰에 의해 작은 조각으로 부서진다. 한번 미세한 크기가 된 플라스틱을 다시 거둬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바다를 떠돌던 플라스틱이 물을 걸러 먹는 굴 몸속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단순 굴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우리가 섭취하는 해산물 상당수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교와 포틀랜드주립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바다에서 우리의 식탁까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오리건주 해안 지역에서 잡힌 해산물 182개체 중 무려 180개체에서 미세 플라스틱 등 인위적 물질이 검출됐다. 미세 플라스틱 검출률은 99%에 달했다.
미국 오리건주는 연간 13만5600톤의 해산물이 잡히는 큰 규모의 어업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연구도 상업적으로 주로 소비되는 해산물 위주로 채집을 진행했다. 즉, 이번 연구에서 표본으로 잡은 해산물 대부분이 실제 식탁에 올라오는 해산물들이다.(관련 기사 : “보고도 못 믿겠다” 물고기 배 갈랐더니…쓰레기가 한가득 [지구, 뭐래?])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 지난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국내 유통 수산물에 대한 미세플라스틱 오염 수준을 연구한 결과, 총 14종 66품목에서 평균 1g당 0.47개 정도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바 있다.
그렇다면 제철 굴을 먹지 말아야 하는 걸까. 현재까지 확인된 연구만으로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다.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위험이 없다’고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정확히는, 건강 피해를 단정할 수 있는 데이터가 아직 쌓이지 않았다는 것. 최신 연구들은 미세 플라스틱이 각종 인체 조직에 들어가, 심혈관질환·염증·생식 건강 문제의 유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해산물에서 발견되는 미세플라스틱은 대부분 소화기관 내에 축적된다. 이에 해산물을 섭취할 때는 내장을 제거하는 게 안전하다. 다만, 굴이나 홍합과 같이 내장은 따로 제거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충분한 해감을 하는 것만으로도,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줄일 수 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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