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지뢰폭발 사건’ 고의적 공격으로 단정 어렵다고 스스로 고백”
‘적대적 두 국가’ 기조 재확인…“존중부터 보여라” 대화 여지 시각도
[헤럴드경제=김태열 선임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우리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에 의료장비를 보내겠다고 보고한 것과 관련해 “또다른 광대극, 모독이고 변종된 정치적 도발”이라며 비난했다.
김 부장은 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 정부가 대북 의료장비 지원을 위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에 제재 면제 요청서를 발송한 사실을 언급하며 “불량배들이 이번에는 갑자기 ‘선의’를 주제로 한 또 다른 광대극을 연출”했다고 비난했다.
김 부장은 “한국 것들은 ‘요청서’라는 데서 그 누구의 ‘의약품 및 의료장비부족과 보건상황의 악화’에 대해 운운하면서 그 무슨 ‘취약계층의 필수의료 봉사 개선에 기여’하겠다고 말을 함부로 해댔다. 이것은 우리 국가에 대한 모독이고 변종된 정치적 도발이며 우리의 국법을 거스르는 엄중한 주권침해행위”라고 깎아내렸다.
김 부장은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에 매설한 지뢰가 폭발해 우리 장병이 다친 사건을 가리키며 “‘지뢰폭발’ 자작 광대극과 병행하여 벌어지고 있는 광대극의 연속편 도한 혼자 모기 아까운 볼거리다. 지금 한국 내부에서는 이번 ‘지뢰폭발 사건’을 놓고 많은 의문점들이 해명되지 못한 상태에서 ‘사고냐 도발이냐’는 개 싸움질만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고 조롱했다.
그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북한 지뢰 폭발을 ‘아직 공격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는 “한국의 관리 정동영도 이번 ‘지뢰폭발 사건’을 우리 공화국의 고의적 공격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스스로 고백했다”고 강변했다.
이어 “어설프게 조작한 자작극이 예상의 흥행수입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한국 것들이 급기야 들고나온 것이 바로 ‘의료장비지원계획’이라는 광대극의 제2부”라며 “이런 자작극을 벌이는 데는 저들의 ‘선의적인 태도’와 이를 거부하는 우리의 ‘상반되는 태도’를 비교시켜 그 무엇이라도 얻어보려는 음흉한 정치적 타산이 깔려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우리 정부를 겨냥해 “모든 것이 다 일방적인 판단, 일방적인 결정, 일방적인 발표로 범벅돼있는데 정치적 미숙성이거나 혹은 진짜 개조불능한 천성적인 바보들이 아닌가 하는 두 가지 의혹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비꼬기도 했다.
또 “조한(북남) 사이 관계를 되돌려세우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하나하나의 언동에 상대의 감정을 의식하고 최대한의 존중과 배려, 진심부터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과는 그 무엇을 주고받거나 엮일 일이 일체 없으며 마주 볼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절대불변한 입장이라는 것을 다시금 명백히 한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가장 적대적인 한국의 정체성과 조한관계의 적대적 성격은 결코 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지뢰 폭발에 대한 책임 회피는 물론 정부의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해서까지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재확인하며 강하게 거부함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관계 개선을 요구하면서 진정성 없는 행동을 한다는 정부에 대한 조롱이 담긴 담화”라며 “적대적 관계가 불변한다고 강조했다는 점에서 희망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남북관계를 되돌리고 싶다면 ‘존중과 배려, 진심을 보이라’고 한 대목은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아걸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공개적 생색내기식 이벤트나 어설픈 명분 쌓기식 제안이나 발언을 지양해야 한다”며 “실효적인 대북 전략 수립과 실행 역량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앞서 통일부가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을 통해 북한 평양 강동군병원에 의료장비를 보내겠다며 1718위원회에 대북 제재 면제 요청서를 발송했다. 이어 지난 5월 제재 면제 승인을 통보받았다. 이와 관련 통일부 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나 “제재 면제를 받을 때 대략적으로 11월에 (의료장비를) 반출하는 걸로 계획은 냈으나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북한과 협의가 안돼 제재 면제 유효기간인 9개월이 지나는 내년 2월이 지나면 다시 유엔과 협의해 제재 면제 연장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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