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해만 바뀌면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 비중이 여전히 큰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직무능력이나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가 정착되고 있다. 우리와 유사한 연공형 임금체계였던 일본은 일찌기 호봉제를 탈피, 직무급ㆍ직능급 도입 등 연공성 극복에 나섰다.
특히 일본은 ‘역할급’이라는 고유의 임금체계를 도입해 주목된다. 역할급은 직무능력에 따른 역할 부여, 해당 역할을 수행하면서 거둔 성과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 하는 것을 뜻한다. 일본의 경우 이미 1950년대부터 서구식 직무급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해 왔다. 이후 직능급을 운영하면서도 연공서열적으로 운영되는 등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금의 역할급이 자리잡았다. 일본 노사가 사람 중심의 유연한 조직운영이라는 인사관리의 가치는 유지하면서 임금의 연공성은 없앨 수 있도록 고안해 낸 제도다. 임금의 연공성은 1년 미만 근속자 대비 30년 이상 근속자의 임금수준을 뜻하는 것으로 연공성이 높을 수록 장기 근속자와의 임금 격차도 커지게 된다.
역할급제는 개인의 역할등급이 내려가면 임금도 함께 하락하게 된다. 또 높은 임금을 받는 관리자급의 장년근로자들은 역할 수행에 따른 평가에 따라 임금이 결정된다. 우리나라처럼 과도한 임금연공성과 생산성 간 임금의 괴리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1950년대 이후 일본은 임금의 연공성 배제 또는 축소,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개선으로 임금체계를 변화시켜 왔다”며 “특히 역할급 도입 시 기업의 경쟁력 유지와 함께 근로자의 고용보장 의지도 커 노조도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독일은 1950년대 직무에 기초한 임금등급, 분석적 직무평가 방법 등이 가미된 직무급을 완성했다. 당시 노동계도 미숙련ㆍ여성근로자 등에 임금차별 요소를 없애고, 경영진의 자의적 임금결정 방지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직무급 체제에 동의했다. 이후 독일 노동계는 사용자와의 협상을 통해 직무평가 기준에 숙련도를 일정부분 반영토록 하는 등 직무급 체계 운영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독일의 임금은 등급에 따라 기본급, 개별 근로자의 성과에 따른 능률급, 업무수행에 따른 부담 정도에 따른 추가수당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본급의 경우 직무평가로 결정되고, 평가 방법 및 액수는 단체교섭으로 결정된다. 임금은 총 17등급으로 나뉘고, 평가기준은 지식과 능력, 사고력, 재량권ㆍ책임, 의사소통, 관리능력 등 5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능률급의 규모는 단체협약에서 전체 근로자 기본급 총액의 일정 비율(15%)로 결정되고, 추가수당은 신체적 부담, 업무수행 환경 등을 고려해 지급한다.
이어 미국은 20세기 초반부터 대량생산 체제인 테일러-포드주의 영향으로 직무급이 도입돼 2차 세계대전 후 빠르게 확산했다. 이후 다품종 소량생산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직무등급별로 임금구간을 설정하고 숙련도, 성과 등에 따라 임금을 차등하는 ‘브로드밴딩(Broadbanding)’ 방식으로 발전했다. 특히 미국은 임금 차별 요소를 없애기 위해 동일임금법 등을 제정하는 등 직무급에 따른 차별소지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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