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우리나라 전체 비정규직의 94%가 있는 곳은 어딜까. 바로 중소기업이다. 힘없고 약한 이들이 힘없고 약한 곳에 몰려 있는 셈이다. 대기업에서도 정규직 비중은 10.6%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들 간의 임금 격차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는 무려 3배에 이른다.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더 뚜렷해지고 악화되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 주력하겠다는 정부의 구호는 공염불일 따름이다.

정부는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와 상생고용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지난 3월 ‘노동시장 해소를 통한 상생고용촉진 대책’을 낸 지 약 7개월이 지났지만 노동시장의 빈익빈 부익부는 그대로였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9월 현재 국내 노동시장 이중구조 현황을 보면 전체 비정규직의 94%는 중소기업에 있고, 대기업 정규직 비중은 10.6%였다. 더구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기준 대기업 정규직 임금 비중을 100으로 봤을 때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5.0으로 격차가 3배 가까이(65.0) 커졌다. 이 같은 격차는 2012년 61.9, 2013년 63.3, 2014년 65.4 등으로 조금씩 더 벌어지고 있다. 같은 정규직이라도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임금이 절반 가량 적었다. 대기업 내 정규직(100)과 비정규직(65.0)의 임금도 35.0의 격차를 보였다.

올해 7월 기준 임시ㆍ일용직 근로자의 임금도 상용직의 약 40% 수준에 그쳤다. 7월 기준 월평균 임금을 보면 상용직은 360만5000원, 임시ㆍ일용직은 148만2000원으로 이들 간 격차는 41.1%였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계층 사다리도 여전히 부실했다. 특히 이중격차 해소를 선도해야 할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 실태는 초라했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실적을 보면 2013년 3만1753명, 2014년 2만5461명, 지난해 1만6809명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254개 공공기관에서 모두 1만3253명의 청년 인턴을 채용했지만 이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청년은 4033명으로 전환비율은 30.4%에 그쳤다. 또 이들 공공기관 중 62%는 청년 인턴 정규직 전환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민간 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231개 기업에서 2363명의 정규직 전환을 신청했지만 실제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은 45개 기업, 340명에 불과했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사업주에게 전환 근로자 1인당 임금상승분의 70%를 1년간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의 참여도는 낮은 셈이다.

정부는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임금체계를 직무ㆍ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고, 정규직 전환 지원 대상도 기간제ㆍ파견제 근로자에서 캐디 등 특수형태종사자, 사내하도급 근로자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아직 현장에서는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원ㆍ하청 간 성과 공유, 임금체계 개편 등이 현장에서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지불능력도 여전히 큰 것이 사실”이라며 “정책 효과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고, 연말까지 비정규직 정책목표ㆍ성과지표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