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한미약품의 악재에 대한 지연공시 및 내부자거래 의혹 조사와 관련해 밝혀내야 할 핵심 쟁점은 크게 5가지다.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공시가 왜 늦어졌냐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한미약품이 신약개발 중단 가능성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으며, 호재 뒤 악재를 공시한 점에 대해서도 과거 사례와 비추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주가폭락과 관련해 공매도량이 급증한 것 등을 놓고 지연공시의 배경에 내부자 거래가 있었던 것인지에 대한 의혹도 쟁점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거래소는 4일 한미약품 임직원 등 이해당사자들의 주식계좌 전면 조사에 나섰다. 내부자 중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사람이 있는지를 집중 점검하기 위해서다.
▶지연공시, 배경은?=이번 한미약품 사태와 관련한 최대 쟁점은 지연공시와 의도성의 관계다.
한미약품측은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즉각 공시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에 따르면 24시간 이내에 관련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한미약품은 장 마감 이후인 지난달 29일 오후 7시께 베링거인겔하임의 개발 중단 통지를 받은 이후 이를 바로 공시하지 않았으며 다음날인 30일 개장 후 30분이 지난 오전 9시 30분까지 공시가 지연됐다.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민감한 내용이 다음날 개장 이후까지 연기된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회사 측은 지난 2일 회사 측은 공시담당자가 30일 오전 8시 30분에 거래소에 도착해 약 8시40분부터 공시를 위한 절차를 진행했고, 관련 증빙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고 당초 계약규모와 실체 수취금액의 차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늦어진 것일 뿐 의도한 바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 측은 한미약품의 대응이 늦었다는 판단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특별한 승인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공시내용은 사전검토 대상이 아니며 기업측에서 공시 관련 시스템에 입력하면 이것이 즉각 표출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입장이다.
▶호재 뒤 악재 공시, 의도한 것인가?=지연공시와 함께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호재 뒤 악재를 공시했다는 점이다. 한미약품은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어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29일 제넨테크와의 기술수출 계약을 통지받고 장 마감 이후인 오후 4시 30분께 호재성 공시를 내놓은 뒤, 오후 7시께 확인한 악재성 공시내용을 알고도 다음날 장이 시작되고 나서야 공시했다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30일 한미약품 주가는 개장 직후 5%가 넘게 뛰어올랐다가 베링거인겔하임의 개발 중단 공시로 18.06% 하락한 채 장을 마감, 장중 24%에 달하는 등락폭을 보였다.
한미약품 측은 “호재성 공시 직후 이 같은 내용을 다시 공시하면 주식시장에 혼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적법한 절차를 지키고자 했다”며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오후 당직자 등에 맡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7월 호재성 공시인 베링거인겔하임과의 85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내용을 공시한 당일, 오후에는 부진한 2분기 실적을 공시하면서 주가가 급락, 논란이 된 바 있다.
▶악재, 미리 알고 있었나?=일각에서는 한미약품 측이 이미 이번 악재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을 넘겼다가 반환된 내성 표적 항암 신약인 ‘올무티닙’의 부작용에 따른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점 때문이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올무티닙 이상반응에 따른 사망자가 첫 보고된 건 식약처의 제품 판매 허가 전인 4월이다.
또한 경쟁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이미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는 것도 계약해지 가능성을 예측해볼 수 있는 사건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계약해지를 한미약품 측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정보로 받아들였을 것 같지는 않다는 추측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공매도량 사상최대?=지연공시에 대한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지난달 30일은 주가가 5% 뛰었다가 18% 급감한 가운데 한미약품 주식의 공매도량이 사상최대를 기록하며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미약품 주식에 대한 공매도량은 10만4327주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010년 7월 상장 이후 사상최대치이며 올해 평균 공매도량인 4850주의 21배가 넘는 양이다.
주가 급락으로 이득을 취한 세력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매도 세력은 이날 공매도를 통해 1주당 23.24%의 수익률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미약품 주가는 이날 장중 최저가는 50만2000원, 장중 최고가는 65만4000원으로 주당 15만2000원의 차익을 냈다면 이같은 계산이 가능하다.
공매도 평균가(공매도 거래대금/공매도 거래량)는 59만621원이었다. 공매도 세력이 공매도 평균가에 팔고 종가(50만8000원)에 되샀다면 평균 13.9%의 수익을 냈던 것으로 추정된다.
▶내부자 거래 있었나?=이처럼 주가하락에 베팅한 세력들이 사전에 정보를 입수하고 공매도에 뛰어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내부자 거래 가능성을 놓고 금융당국도 면밀한 조사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한미약품은 호재 뒤 악재 공시 외에도 호재성 정보를 미리 입수한 회사 내부자(연구원)가 수천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례가 알려지기도 했다.
또한 이번 공시가 개장 전이 아니라 개장 직후에 공시된 것은 특정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 시간을 벌어준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일 한국거래소와 공동으로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시장의 혼란을 초래한 한미약품 공시의 적정성 및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등 불공정거래 여부를 면밀히 조사해 위법사실이 발견되면 신속하게 상응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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