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H군의 귀농ㆍ귀촌연합회는 지난 8월 하순 창립총회를 갖고 정식 출범했다. 기존 2개의 귀농ㆍ귀촌단체를 통합하는 한편 두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대다수 귀농ㆍ귀촌인들을 끌어안아 명실상부한 ‘연합회’로 거듭나겠다는 목적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 귀농ㆍ귀촌연합회는 출범한지 한 달 보름이 다 되도록 ‘개점휴업(?)’상태다.

그 이유는 창립총회에서 다소 미흡한 연합회 회칙을 우여곡절 끝에 통과시켰는데, 이어진 회장선거 과정에서 스스로 회칙을 위배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회장 선거에선 3명의 후보가 나섰는데, 투표 결과 다득표자(득표율 41%)를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회칙에는 ‘연합회 회장의 선출은 출석 회원 과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총회가 끝나고 나서야 이를 뒤늦게 안 일부 회원의 이의제기가 있었다. H군 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한 결과, ‘회장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는 답변까지 나왔다.

그런데도 이 귀농ㆍ귀촌연합회는 지금까지 이에 대한 명확한 처리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상당수 회원들은 이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지만, 이미 이를 두고 심각한 내부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광역 도(道) 단위에서도 귀농ㆍ귀촌단체의 회장 자리를 놓고 이전투구가 빚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이해를 같이 하는 시ㆍ군 단위 귀농ㆍ귀촌단체의 회장이나 관계자들이 모여 어물쩍 도 귀농ㆍ귀촌협의회 또는 연합회를 만들어 회장과 임원진을 구성해버린다.

이렇게 선출된 귀농귀촌단체의 회장이 실제로는 그 지역 귀농인도, 귀촌인도 아닌 사례마저 있었다고 한다. 지자체마다 귀농ㆍ귀촌단체의 회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과열경쟁은 이미 눈뜨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국 단위에서도 우려스런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미 한 단체는 자신들이 전국 단위 귀농ㆍ귀촌단체라고 자처하며, 언론 플레이와 관련 행사를 통해 ‘선점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7년 째 귀농ㆍ귀촌 전문가 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는 그 단체가 언제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지 못한다. 이런 식이라면 또 다른 전국 단위의 귀농ㆍ귀촌단체가 여기저기 생겨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처럼 귀농ㆍ귀촌단체의 회장 자리를 놓고 전국적으로 빚어지고 있는 이전투구는 가히 점입가경이다. 회장 자리를 ‘농촌권력(?)’의 하나로 여기고 이를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다 보니 농촌으로 들어온 귀농ㆍ귀촌인들끼리 패가 갈려 반목하기 일쑤다.

지금은 한해 ‘귀농ㆍ귀촌인구 50만 시대’다. 실제로 2015년 귀농ㆍ귀촌 인구는 총 32만9368가구ㆍ48만6638명에 달했다. 같은 해 7월‘귀농어ㆍ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에 들어갔고, 귀농ㆍ귀촌 종합계획(5개년)도 수립 중에 있다.

귀농ㆍ귀촌 트렌드가 위기에 처한 농업ㆍ농촌을 활성화하는 하나의 대안이 되려면 귀농ㆍ귀촌단체 또한 질적으로 확실하게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 앞으로는 민관 거버넌스 체제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귀농ㆍ귀촌단체의 회장 역할에 대한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회장 직은 대접을 받고 이권을 챙기는 자리가 아니다. 해당 지역 귀농ㆍ귀촌인의 친목과 권익 도모, 원주민과의 상생과 지역발전을 이끄는 희생과 봉사의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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