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한 대체인력에 피로 누적까지 겹쳐 사고 발생

-파업에도 열차운행률 85%, 노동위원회 기준 훌쩍넘어

-전문가 “이제라도 운행률 낮추고 시민들 양해 얻어야”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지하철이 또다시 멈춰섰다. 수도권 전철에 사고와 고장이 잇따르면서 대체기관사의 피로 누적과 비정상적으로 높은 열차 운행률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제2의 당산철교 사고가 재현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18일 서울메트로와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8시4분께 서울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에서 코레일 소속 인천행 1601호 전동차가 출입문 표시등 고장으로 1시간30여분 동안 운행을 멈췄다. 전동차 출입문은 10분 넘게 열리지 않았고, 내부등 마저 꺼지자 일부 시민들이 직접 비상문을 열어 전동차 밖으로 탈출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고가 났던 해당 열차는 코레일이 대체 인력으로 투입했던 군인이 운행을 맡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체기관사들의 피로가 누적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철도노조는 “열차 전력선 3곳 중 2곳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기관사가 출입문이 닫히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을 시도해 오히려 열차가 1량 가까이 뒤로 밀렸다”고 했다. 노조는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대체인력에 무리한 운행이 겹쳐 사고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코레일은 “철도노조의 파업 직후 1000여명 이상의 기간제 인력을 채용해 운영하고 있다”며 “대부분 관련 학과 이수자들로 최대 100시간까지 안전교육을 진행한 뒤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고 안전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철도노조 파업 때마다 투입된 대체인력들의 피로 누적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9년에는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기관사가 누적된 피로로 졸음운전을 하는 바람에 차단벽을 들이받고 당시 공사로 끊어져 있던 당산철교 아래로 떨어질 뻔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13년에도 코레일이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80대 승객이 열차 사고로 사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열차 안전사고의 원인으로 비정상적으로 높은 운행률을 지목했다. 철도노조 파업 당시 노동위원회는 광역철도의 운행률을 파업 이전 대비 63% 수준으로 유지하라고 노사 양측에 통보했다. 그러나 코레일은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운행률을 85.8%까지 끌어올렸다. 통근시간의 경우, 100%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기관사 소수에게 업무가 과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정한 철도노조 대변인은 “대체인력의 미숙함에 과중한 업무까지 겹쳐 사고 위험성이 커졌다”며 “기관사뿐만 아니라 정비인력까지 한계에 달해 더 큰 사고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했다. 허억 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 교수 역시 “당장의 시민 불편 때문에 수도권 광역전철 운행률을 높여 오히려 사고 위험성을 키웠다”며 “열차 운행률을 낮추고 시민들의 양해를 얻는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열차 안전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시작한 올해 철도파업은 참여율이 지난 17일까지 40.2%를 기록했다. 오는 20일이면 지난 2013년 기록했던 최장 파업 기록도 넘어선다. 이에 코레일은 지난 17일 파업 노조원들에게 오는 20일까지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징계하겠다는 최후통첩까지 보낸 상황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현재까지 누적 참가자가 7736명으로 집계됐다”며 “200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파업 참가자들에게 복귀를 통보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