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형사-새내기 순경이 만나 얘기했다, “경찰이란…”
-‘도봉서 집단성폭행 사건’ 해결한 김장수 경감 인터뷰
-‘경찰 아버지 순직 후 구강암까지 극복’ 민승기 순경도
-둘의 합창 “경찰은 내 천직, 세상 지킴이가 무조건 좋다”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흡사 영화배우 마동석이 걸어오는 것 같았다. 서울 도봉경찰서 창동지구대 소속 김장수 경감(46)의 얘기다. 그는 고등학생 22명이 여중생 2명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일명 ‘도봉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을 5년 넘게 끈질기게 수사해 지난 3월 피의자들을 검거했다. 그 공을 인정 받아 지난 6월 경위에서 경감으로 1계급 특진했다. 경기남부청 금광지구대 소속 민승기(24) 순경도 김 경감과 같은 ‘훌륭한 경찰’이 되기 위해 노력중이다. 민 순경의 아버지인 고(故) 민병환 경사는 지난 2002년 교통근무 중에 순직했다. 아버지를 이어 경찰이 되고자 했던 민 순경은 강한 의지로 구강암으로 인한 투병 생활을 극복하고 지난 5월 본격적인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20대 특유의 익살스런 농담을 하다가도 들려오는 무전에 바뀌는 표정은 비장하기까지 했다. 제71주년 경찰의 날(21일)을 맞아, 경찰 선후배인 김장수 경감과 민승기 순경을 만나 경찰로서의 삶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봤다.
▶경찰이 된 계기는.
김장수 경감(이하 ‘김’)=원래 대학에선 체육을 전공했다. 졸업 후 상무 레슬링팀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는데, 대부분의 레슬링 선수들처럼 은퇴 후 장사를 하거나 코치를 하는 것보다 넓은 분야에서 사회 정의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결심한 게 경찰이었다. 무엇보다 ‘체력’과 ‘정신력’엔 자신 있었다. 그래서 전지훈련 다니면서도 틈틈이 책을 들고 다니는 등 선수생활을 하면서 순경시험을 준비했다. 운동하느라 원래부터 공부를 많이 한 건 아니어서 영어 과목 같은 건 어렵더라. 7번 가까이 떨어진 뒤에 1998년도 제111기 순경시험에 합격했다. (김 경감은 “남들도 다 그 정도는 떨어진다”며 7차례의 시험 탈락은 ‘평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민승기 순경(이하 ‘민’)=어릴 적 아버지가 싸이카(경찰 순찰대 오토바이)를 모시는 걸 보고 막연하게 경찰을 꿈꿨다.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겨울방학 때 잇몸이 녹아내릴 정도로 아파 병원을 갔더니 구강암이라 하더라. 한차례 큰 수술을 하고 방사선 치료 등을 받으면서 희미하게 생각하던 경찰에 대한 꿈이 명확해졌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정신이 번쩍 든 것 같다. 기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터라 시험 준비가 어려웠다. 영어 과목 과락만 3번 내리 받아 떨어지다 지난해말 순경 시험 네번만에 제288기 순경시험에 어렵게 합격했다.
김=우리 때는 7~8번 떨어지는 게 기본이었는데…(웃음).
▶경찰 생활 후 달라진 점은
김=예전에 귀가 중에 강도를 잡은 적이 있는데 당시에 수갑이 없어서 현행범인데도 제압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이젠 쉬는 날엔 밖을 다닐 때도 수갑을 가지고 다닌다. 언제든지 위험한 상황이 있으면 뛰어들기 위해서다. 근무중이 아니더라도 수시로 주변을 살피는 습관이 생겼고, 대중교통을 타면 사람들끼리 대화하는 것이 자꾸 귀에 제보하는 것처럼 들린다. 실제 그렇게 들은 것이 좋은 정보가 돼 수사에 도움이 된 적도 있다.
민=경찰이 되기 전엔 아무 생각 없이 무단횡단도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하더라도…아니 절대 하지 않는다(웃음). 사소한 것도 경찰이기 때문에 지키고자 하는 태도가 강해졌다. 그리고 경찰이 되기 전엔 순찰차에서 다들 휴대폰 만지고 노는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알고보니 차적조회를 하는 것이었다. 순찰을 돌면서 수시로 차적조회를 하게 됐다.
▶경찰 생활의 매력과 애로사항, 그 두얼굴이 있다면.
민=함께 일하는 동료들끼리 의리가 끈끈하다. 가족 같아서 힘들더라도 함께 웃으면서 일하는 게 경찰 가족의 매력이다. 경찰관으로서의 태도 같은 사소한 것들까지 세세히 가르쳐주시고 도와주신다. 일을 능동적으로 나서서 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다. 애로사항은 월급을 좀더 올려줬… 아니다, 할 만 하다.(웃음)
김=경찰이기 때문에 시민들을 제대로 도와줄 수 있다.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죄 지은 사람들 제대로 수사하고, 피해 입으신 분들 제대로 도와줄 수 있다. 일반 시민이었다면 그렇게 도와주는 게 이상하지 않나. 하지만 종종 신고를 하더라도 앞서 신고된 사건들을 처리하다 보면 수사가 늦게 될 때도 있는데 그 때 민원이 들어오는 부분들은 힘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민=아직 경찰 생활한 지가 얼마 안돼 특이한 사건은 없다. 하지만 매번 지구대에 찾아오셔서 도움을 요청하시는 할머니, 학생들을 도와주는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작은 일이지만 도와드릴 수 있어 기분이 좋다.
김=뿌듯한 사건보다 힘겹게 수사했던 사건이 더 기억에 남는다. 이번 도봉서 사건도 오랜 기간 걸려 애를 많이 썼고 언론에 많이 오르내려 힘들었던 사건이다. 또 예전에 한 노년 여성이 살해된 사건이 있었는데, 용의자가 아들 혹은 며느리였다. 아들과 며느리는 서로 용의자로 지목한 상태였다. 물증이 없어 애를 먹었다. 결국 1년 넘게 수사한 끝에 진짜 범인이 누군지 가려낼 수 있었다. 물증이 부족하거나 피해자들이 보복이 염려돼 신고를 꺼리는 경우엔 수사가 힘들다. 하지만 어렵게 수사하는 만큼 더 기억에 남는다.
▶만약 경찰이 안됐다면 뭘하고 있을까.
김=대목장이 되었을 것 같다. 나무의 향과 질감이 좋아 한옥을 좋아한다. 나무기둥들을 손질해 전체로 합쳐 한옥을 짓는 그런 대목장의 일을 해보고 싶다.
민=원래 기계과를 전공했으니 전공을 살려 일반 회사에 취직하지 않았을까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김= 살인과 강도와 같은 강력사건을 맡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강력사건 범인들을 잡기 위해 형사가 더 기도 세고, 자신감ㆍ체력이 강해야 한다. 취조하는 과정에서 용의자들의 심리 상태를 읽어 범행을 시인하게 하는 게 적성에 맞다. 강력계 형사가 천직인 것 같다. 앞으로도 승진하기 좋은 자리에 연연하기 보단 어려운 사건을 피하지 않는, 일선 현장에서 ‘나쁜 녀석들’을 잡는 형사로 남고 싶다.
민=지금은 지구대에 근무하지만 향후 강력팀에 들어가서 살인범 같은 흉악범들을 멋지게 잡고 싶다. 싸이카도 타고 싶다. 싸이카는 내 로망이다. 그리고 연애를…, 언젠가는 하고 싶다.
▶경찰이 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민=시험에 여러번 떨어져도 ‘다음에 되겠지’하며 열심히 준비하니 진짜로 경찰이 됐다. “포기하지 말 것”.
김=다른 직업보다 위험하기도 하고 희생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 공무원 중에서도 특히 사회 정의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마음이 필요한데 들어와서도 그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계급이 높아진다고 해서 편한 일만 하며 뒤로 빠져있지 말고 어려운 사건일수록 앞장서서 맡아야 한다. 그게 존경받는 선배로 남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아무리 까다로운 사건이라도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들이대겠다.
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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