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지금 우리 경제상황이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로 치달을 때 처럼 악화하고 있다. 게다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정책 추진력과 집행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런 부분이 한국경제를 전반적으로 어렵게 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 경제는 전통적으로 대외의존형이다. 수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비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역시 투자 역시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었던 수출주도형이나 투자개발식을 굳이 벗어나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는 내수 침체하고 외부 경기여건 악화 등이 결합돼 장기적 침체로 이어지는 현상이 짙다.

대기업 위주 산업구조도 잘 짜여진 포트폴리오 형태로 바뀌면 좋겠지만, 무리하게 추진할 여력이 안 된다. 지금 구조라도 어떻게 잘 유지해야할까를 고민해야한다. 현재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이야기를 하지만, 상황은 처음 좀비기업이 어려워졌고 다음에 중견기업이 무너지고 대우조선해양같이 지배구조가 불분명한 회사들이 어려움에 처하고 그것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까지 밀려온 것이다. 따라서 한국경제에서 두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 아니라 경기침체가 단계별로 진행돼서 우리가 가장 비교적 괜찮다고 한 기업까지 밀려왔다고 이해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 우리나라가 50여년 넘게 대기업 중심의 중화학 산업으로 먹고 살아오다보니 산업이 노쇠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추격을 받으면서 주력 사업은 와해될 상황까지 와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신산업 발굴이 좋지만 당장 쉽지 않은 실정이다. 중장기적으로 신산업 발굴을 추진하되 산업의 혁신을 우선해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예전 산업을 붙잡고 무조건 버텨 보겠다는 좀비기업들을 솎아 내야한다. 한쪽으로는 새로운 기업들이 나올 수 있도록 기업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가 그동안 해온 것은 투자촉진형 성장이었다. 투자촉진을 하면 자본이 늘어나는 것인데 자본 편식형 성장정책이었던 것이다. 요즘 이자율이 떨어지면서 자본이 너무 풍부해진 상황에서 자본의 생산성이 하락했다. 반대로 노동이 부족한 생산요소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노동의 양을 늘리거나 질을 높여야한다. 노동의 질을 반영한 노동투입의 규모가 늘어나도록 정책을 펼쳐야한다. 노동친화적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 온 것이다. 더이상 자본 우호적인 정책으로는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을 받아들여야한다. 정부는 경기활성화가 계속 되지 않으면 자본가를 대표하는 재벌들을 찾아가서 투자 좀 해달라고 빌고 있다. 이것은 홍수가 발생했는데 물 좀 더 내놓으라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이제는 노동을 늘리는 정책, 노동을 우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지금은 세계경제가 안 좋다보니 수출주도형 제조업들이 위기에 봉착한 것처럼 보인다. 일단은 그동안 우리가 세트위주 중후장대형 제조업이었다면 부가가치가 높은 쪽으로 가야한다. 같은 부품이라도 핵심부품이나 소재부품 등 그런 쪽으로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트나 전기전자 등 업종들은 중국의 추격이 워낙 심하다보니 중국과의 경쟁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또 우리가 제조업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부가가치가 높은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수출이 어려우면 내수를 어떻게 늘릴 건가를 고민해야 한다. 물론 소득이나 수요가 없어서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투자와 새로운 산업 진입을 막았던 규제개선이 중요하다. 새로운 사업들이 우리나라에서는 규제로 인해 가능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 정부가 인위적으로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민간에서 잘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한다. 개별기업들이 할 수 없는 인프라나 제도의 변화를 해줘서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5년이후 중국이 급속도 성장하면서 우리에게 좋은 성장 시장을 마련해줬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중국시장을 비롯한 세계 시장이 위축되면서 저성장 기조로 확 돌아섰다. 지갑을 적게 열면서 좀더 성능이 좋거나 안전한 물건을 찾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생산시스템이 벌크로 크게 대응하다보니 미세조정을 못하는 것이다. 이것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싶다.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도 아니다. 앞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저성장기조가 대외적으로 동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시장이 성장일변도 시대와 완전히 달라지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은 관성의 법칙 때문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 시장 규모 및 수요자 성향 패턴 변화 등을 빨리 인식해야한다. 우리가 하드웨어 시장에서 소위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가성비 전략이 잘 먹혔던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우리는 세계 시장이 시스템되고 네트워크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채 대응자체를 못하고 있다는 거다. oskymoon@heraldcorp.com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