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일본은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세포내 단백질을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오토파지’ 현상 연구로 도쿄공업대학 명예 교수인 오스미 요시노리가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3년 연속, 누적으로는 24번째다.
노벨상 수상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된다.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길 바라는 것은 그 과정에서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질 수 있고, 연구 수행 과정에서 훈련된 고급과학기술 인력들이 학계와 산업계로 배출되어 국부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에는 노벨상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답은 “아니오”다.
현재 대한민국의 기초연구 상황은 위기다. 특히 연구자들이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어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초연구비는 전체 연구비의 6%수준 밖에 안된다. 미국의 경우 기초연구비의 비중이 50% 수준에 달한다. 거의 대부분이 연구자 주도의 연구비이다. 2016년 대한민국 정부 연구개발 예산은 19조942억원으로 GDP 대비 세계 1위 수준이지만, 연구자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가지고 주도할 수 있는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진행하는 기초연구 사업은 전체예산의 극히 일부분이다.
대부분의 연구비는 정부 주도로 대형 국책 사업이나, 장비ㆍ시설 등의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권의 업적을 쉽게 드러낼 수 있는,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시류에 휩쓸리는 국책 사업에 천문학적인 연구비가 사용된다. 4대강 사업, 메르스, 북핵문제, 알파고 등 사회 이슈가 있을 때마다 연구비가 급하게 책정된다. 연구비 분배의 문제로 인해 어떤 연구소에서는 고가 연구장비를 구입만 해놓고 박스를 풀지도 못하고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당장 연구원 인건비를 지원할 수 없어서 개인 대출을 받는 연구 책임자들도 있다.
기초 연구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연구자들이 창의적인 연구 주제를 주도적으로 내고 장기간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연구자 주도로 창의적인 과학 기술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탑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바텀업 방식의 기초 연구비를 확대해야 한다. 정부주도형 방식은 고도 성장기 시대에 집중 투자와 육성이 필요한 분야에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과학기술이 고도화된 시대에는 개개인이 내는 아이디어의 다양성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성과가 나올만한 연구 주제가 나오면 연구 책임자가 장기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연구 과제가 시작된지 몇개월 만에 수십 페이지짜리 실적 보고서와 다음 분기 연구 계획서를 작성하는 지금 환경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 아무리 좋은 과거 실적이 있더라도 외국에서 유행하는 연구 주제를 하지 않으면 연구비를 받기 어려운 단기 과제는 지양해야 한다. 한 분야에서 대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최소 5년에서 10년 정도 집중해야 한다. 중국정부의 천인계획처럼 우수 인재에 대해 연구비를 파격적으로 지원하고 보고서 및 행정절차 등을 면제해 적어도 5년간 자율적, 창의적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행정편의주의가 없어야 한다. 연구 장비를 하나 사기 위해서도 이 장비가 왜 필요한지, 근처에 빌릴 수 있는 곳은 없는지 기술하는 서류 양식을 준비해야 하고, 발표 심사를 해야 하기도 한다. 일부 부적절한 집행 사례가 있을 때마다 모든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서류 양식이 추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을 희망하는 국민적 염원을 바탕으로, 하지만 조급해 하지 말고 기초 연구 환경을 탄탄하게 다져가는 장기 계획과 혜안이 필요하다.
jin1@heraldcorp.com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