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패션업계의 불황이 끝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따뜻한 겨울 탓에 겨울 아우터 시장이 날씨 영향의 직격타를 맞은 데 이어 올해는 늦더위에 이어 바로 강추위가 찾아오면서 패션가의 ‘가을’은 사라진 모양새다. 여기에다 올 하반기 들어 경상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태풍과 지진이 소비심리에 영향을 끼치면서 경기 불황과 천재지변이 겹친 패션가의 ‘체감경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백화점가에서 패션 관련 카테고리는 여전히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리아세일페스타 등의 영향으로 경기 진작에 전 유통가가 힘을 쏟았지만, 소비 심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패션의류’의 매출 신장세는 답보 상태다.
2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최근 한달(9월 29일~10월 30일)간 기존점 기준 전체 매출 신장률이 4%를 기록한 것에 반해 아웃도어는 같은 기간 3.5% 역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커리어는 2.7%, 여성 모피 매출은 0.1% 신장하는데 그쳤고 남성 정장 역시 1.4% 신장했다. 특히 간절기 대표 아이템인 트렌치코트 등은 ‘가을’이 사라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일부 매장들의 경우에는 두 자릿 수 역신장하기도 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가을은 사실상 겨울시즌을 여는 시기이고, 여름의 계절감을 FW로 자연스럽게 이동시키는 대표적인 아이템이 트렌치코트”라며 “하지만 올해는 늦가을까지도 트렌치 활용도가 낮은데다 추위가 갑자기 찾아오면서 트렌치코트를 전면에 내걸 만한 시기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다 올 하반기 한반도에 불어닥친 태풍과 지진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급작스러운 천재지변으로 인해 지방의 소비심리가 더욱 악화돼, 서울 및 수도권의 도매 상권은 지난해 보다도 침체된 분위기다. 서울 동대문 도매시장 관계자들은 특히 최근 부산지역을 휩쓴 태풍의 영향으로 서울 다음으로 큰 시장인 부산의 소비심리가 죽으면서 실제 매장운영에도 타격이 크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동평화 의류상가의 이 모(여ㆍ62)씨는 “해마다 경기가 안좋다고는 하지만 올해는 도매로 와서 사는 사람도 거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다들 경기가 안좋다고는 하는데, 굳이 지난해와 비교하자면 태풍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패션업계는 날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소재와 아이템의 변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계절감을 최소화하고 예측불가능한 날씨 변화에도 안정된 매출을 꾀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을ㆍ겨울 시즌에 함께 활용가능한 투웨이(two-way) 제품과 캐시미어 소재의 니트를 포함해 경량 패딩이 올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또 다른 패션업계 관계자는 “합리적인 소비트렌드와 맞물리면서 너무 춥거나 너무 더운 날씨를 제외하고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제품군들의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며 “계절감을 최소화한 의류나 아이템의 출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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