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두가족’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와 동거
한 지붕 두 가족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것도 인간과 야생동물, 천연기념물 제323호 황조롱이와 동거입니다.
우연한 기회로 5월 초순경 경기도 시흥시 장곡동 한 아파트 20층 베란다 화분에 황조롱이가 날아와 둥지를 틀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황조롱이는 쥐 사냥의 명수, 들쥐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주식을 쥐를 잡아먹고 삽니다. 그래서 쥐가 서식하기 좋은 우리 인간들 주위에 종종 보금자리를 만듭니다.
취재를 약속한 날 만난 후덕한 인상의 중년 주인집 부부를 보는 순간 흥부전이 생각났습니다. 강남 갔다 돌아온 제비가 아닌 천연기념물 황조롱이가 둥지를 틀었으니 신(新) 흥부전이라 해야 겠지요.
그런데 사연이 있었습니다. 이 황조롱이 부부가 작년 이맘때도 이곳 화분에 둥지를 틀고 알을 품었답니다. 하지만 작년에는 비가 자주 내려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로 화분이 물에 잠겨 결국은 황조롱이 부부가 알을 포기하고 가버렸답니다. 주인집 아저씨는 자신의 집으로 찾아온 손님이 새 생명을 탄생시키지 못하고 떠나 버려 가슴 한편이 먹먹해 하다 혹시나 올해도 오지 않을까 해서 화분에 투명우산을 단단히 고정시키고 기다렸답니다. 어느날 투명우산 사이로 호피무늬의 황조롱이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 베란다 쪽으로는 조명도 켜지 않고 텔레비전 소리도 작게 틀어 놓고 새끼들이 태어날 때 까지 숨죽이며 지냈답니다.
드디어 5월 초순 다섯 마리의 뽀얀 새끼가 태어났고 황조롱이 부부가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다 주는 모습을 보니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이심전심입니다.
이들 부부는 황조롱이 새끼가 언제 날갯짓을 할지, 둥지를 떠날지 모릅니다. 단지 새끼 다섯 마리가 잘 자라서 베란다 둥지를 떠나는 날 어미처럼 우아하게 첫 비행하는 모습을 보고 싶답니다. 그리고 내년에도 날아와 짧은 기간이지만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네요. 그래서 결코 사람이 환경을 파괴하는 것만은 아니고 새들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고 서로를 아끼는 세상에 함께하고 싶답니다. 옛날 제비가 초가집 지붕에 둥지를 틀고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살았던 기억을 회상하며… 아파트에도 황조롱이의 따스한 온기가 함께 했으면 한답니다. 글·사진=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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