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를 일으켜 죄송”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최순실(60) 씨에 이어 국정농단 파문의 2인자로 분류되는 차은택(47) 씨가 8일 밤 검찰에 전격 체포됐다. ‘최순실 게이트’의 한 축을 차지하던 차 씨가 중국 도피 생활을 끝내고 국내에 들어오면서 관련 수사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차 씨는 이날 오후 9시50분께 중국 칭다오에서 동방항공(MU2043)편을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왔다. 미리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오후 10시10분께 차 씨를 현장에서 체포해 곧바로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했다. 최순실 씨에게 귀국 후 31시간의 편의를 봐준 것을 두고 제기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검찰은 이날 빠르게 움직였다. 차 씨는 오후 11시19분께 수갑을 찬 채 수사관들에 붙들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최순실 씨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차 씨는 “죄송하다. 검찰에서 성실하고 진실되게 답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취재진이 재차 우 전 수석과 만난 적 없냐고 묻자 “정말로 진실되게 말씀드리겠다”며 외운 듯 같은 답변만 되풀이했다. 쏟아지는 질문에도 차 씨는 약간 울먹이며 “죄송하다”며 고개를 연방 숙였다.
검찰은 우선 차 씨를 공동강요 혐의로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했다. 앞서 체포된 차 씨의 측근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과 같은 혐의다.
문화계 ‘차은택 인맥’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송 전 원장은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를 인수한 중소 광고사 A사 대표에게 ‘포레카 지분 80%를 내놓으라’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논란이 일자 송 전 원장은 지난달 31일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앞서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이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강요미수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송 전 원장은 차 씨가 지난 2014년 8월 정부 문화융성위원으로 위촉되고 넉달 후 차관급인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임명됐다. 송 전 원장이 제일기획 상무로 일할 당시 차 씨에게 광고 일감을 주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차 씨는 이날 공항에서 “안 전 수석과는 조금 알고 있다”며 관계를 인정했다.
차 씨의 또 다른 측근 김홍탁(55) 더 플레이그라운드 전 대표도 ‘포레카 강탈 의혹’에 연루돼 있다. 특별수사본부는 전날 김 전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이날 새벽까지 조사했다. 더 플레이그라운드는 지난해 10월 설립된 신생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차 씨를 등에 업고 KT와 현대자동차그룹 등 대기업ㆍ공공기관 광고를 쓸어 담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올해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태권도 시범단 행사 등 공연 기획ㆍ연출을 독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더 플레이그라운드는 사업 정리에 들어가며 사실상 폐업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대표는 전날 검찰 조사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일련의 의혹에 대해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차 씨의 대학원 은사인 김종덕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와 외삼촌 김상률 숙명여대 영문학부 교수가 각각 현 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교육문화수석비서관에 임명돼 차 씨의 인사개입 의혹도 불거졌다. 차 씨가 추진한 사업마다 예산이 증액된 배경에도 두 사람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은 이들의 소환 시기도 저울질하고 있다.
이밖에 미르 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맡았던 김형수 연세대 교수도 차 씨의 대학원 은사다. 차 씨의 인맥이 현 정부 문화계 전반에 퍼져 있어 이른바 ‘차은택 라인’이 실권을 쥐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차 씨의 귀국은 곧 ‘차은택 라인’에 대한 검찰의 줄소환 조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차 씨가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CJ그룹이 1조4000억원 투자한 배경과 한국스포츠개발원이 2억원을 들여 만든 코리아체조가 갑자기 늘품체조로 바뀐 것 역시 수사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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