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검찰소환 답답한 심경토로

연말 인사·내년 사업계획 못세워

경제 불확실성 커져 우려감 확산

국민들 반기업 정서 커질까 걱정

“참담합니다.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간 자리에서 이러한 오해와 문제가 파생될지 정말 몰랐습니다. 앞으론 청와대 초청행사에도 나가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검찰이 수사해 보면 알겠지만, 사법처리를 걱정하진 않습니다. 그런 일이 벌어질 빌미는 없으니까요. 문제는 명예가 실추됐다는 겁니다. 대통령의 뜻에 따라 비공식 개별 면담을 가졌던 총수가 또 한번 검찰청 문턱을 넘게 됐으니까요”

지난 11~12일 총수의 검찰 소환 조사에 잔뜩 긴장했던 대기업 관계자들이 어렵사리 입을 뗐다. 처음엔 대부분 “차분하게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라고만 했다. 하지만 답답한 심경을 숨기진 못했다. 억울하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국내외 경기의 동반 침체로 인해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운데, ‘최순실 사태’로 인해 불확실성만 더 커졌다며 혀를 찼다. 재계는 특히 이번 사태로 인해 애꿎게 ‘반기업 정서’만 확대되는 게 아닌가 우려했다.

삼성그룹 임직원들의 낯빛은 어두웠다.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올랐던 이재용 부회장이 불과 한달도 안 돼 검찰 조사를 받은 때문이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인한 ‘신뢰의 위기’를 조기 진화하고, 미래 먹거리 찾기에 매진해야 할때, 발목이 잡힌 형국이어서다. 특히 삼성은 미르,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 외에도 별도의 35억원을 최순실 모녀에게 직접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속앓이 중이다.

정몽구 회장이 고령의 나이에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현대ㆍ기아차그룹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그룹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과 연말 인사를 가능한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다소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속도가 나지 않는 까닭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어렵사리 노사 임금협상을 마무리해 경영에 매진해야할 상황이지만, 총수의 검찰 출두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SK는 면담에 참여하지도 않았던 최태원 회장이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신경이 곤두선 분위기다. 안팎으로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응해 현장경영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방해가 될지 염려하는 상황이다.

LG도 구본무 회장의 뜻밖의 검찰 조사에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다만 ‘경영일정에 방해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면서 이달 초부터 진행 중인 각 계열사의 ‘경영 성과 및 내년 경영 방향 보고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검찰 출두 이후 한화그룹도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한화 측은 다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근거없는 억측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형전투기(KFX)에 장착될 능동주사배열(AESA) 레이더 사업자 선정과정에 최 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이 차은택 씨 포스코 계열사 ‘포레카’ 지분 강탈 의혹에 일부 개입한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검출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처럼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던 지금의 최고경영진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어서다.

국내 대기업 총수들은 지난 주말과 휴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대기업 총수들이 부패 스캔들에 얽혀 검찰청 문턱을 넘은 것은 ‘차떼기’라는 오명을 남긴 ‘2002년 대선자금’ 수사가 본격화한 2004년 이후 12년 만이다.

재계팀/


test10188@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