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베짱이’라는 이솝우화는 어릴 때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이야기이다. 추운 겨울을 대비해 식량을 모은 개미는 행복한 겨울을 지내지만 따뜻한 여름날 노래만 부르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베짱이는 겨울이 오자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 우화는 우리에게 미래를 대비하며 살아야 하는 삶의 지혜를 쉽게 알려주고 있다.
세계광물시장도 늘 따뜻한 여름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원개발은 10여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되고, 리스크가 매우 큰 산업으로 자원시장이 세계경기 순환과 맞물려서 장기적인 호황기와 불황기인 슈퍼 사이클와 슈퍼 다운 사이클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광물시장은 어느 시장보다도 잘 대비하지 않으면 추운 겨울날의 베짱이처럼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큰 분야이다.
우리나라는 그간 제조업 중심의 경제성장을 추진하면서 제조업에 필요한 광물은 95%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해 오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도 자원시장이 어려울 시기를 대비하면서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큰 해외자원개발에 꾸준히 참여해 오고 있다. 최근 들어 세계자원시장이 깊은 침체기에 빠져 있어 자원개발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꾸준한 해외자원개발의 필요성을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해외자원 개발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광물자원의 확보를 담보할 수는 없다. 광물 종류가 다양하고, 동일 광물이라도 품목별로 공정방식이 다르며, 개발에는 장시간이 소요되고 리스크가 높기 때문이다.
독일 화학자 리비히는 최소량의 법칙에서 식물을 구성하는 영양소 중 한 가지라도 부족하게 되면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고 한다.
광물을 원료로 하는 제조업에서도 미량의 광물이라도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특정지역에 매장량이 편중된 희유금속은 생산자가 의도적으로 생산을 통제할 수도 있다. 비록 소량이지만 희유금속을 확보하지 못하면 산업생산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하게 된다. 지난 2010년 중·일간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규제하면서 일본이 물러선 경우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따라서, 개미가 식량을 모아 겨울을 대비하듯이 비축은 해외자원개발과 더불어 어려운 시기에 제조업에 필요한 광물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꼭 필요한 방안이다. 우리나라가 산업에 필수적인 구리, 니켈 등 비철금속과 첨단산업의 신소재로 사용되는 희토류, 리튬 등 희유금속을 비축광물로 지정한 것도 공급위기를 대비하는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다.
비축은 자원수요가 많은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물가안정을 위해, 우리나라와 일본은 공급위기에 대비하여, 미국은 전시를 대비해서 비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요 금속을 상시 방출하여 시장을 지원하는 경제비축과 희유금속을 공급 위기시에 방출하는 전략비축으로 이원화하여 조달청과 광물자원공사가 각각 수행하고 있다. 광물비축에는 광물의 품목별 특성에 대한 분석은 물론이거니와 산업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신소재를 모니터링하여 시장을 예측하는 능력은 광물비축에서 핵심적 역량이라 할 수 있다.
아직 세계자원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져 있지만 언제 가격폭등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이미 미국 대통령 후보 트럼프 당선으로 건설경기 붐이 전망되면서 동, 니켈 등 일부 광물 가격이 움직이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우리 경제에서 필요한 광물소재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산업생산은 물론 국가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솝우화의 개미처럼 광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장기적으로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하면서 단기적 공급해결을 위한 구원투수로 비축을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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