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정부가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국회에 제출한 재정건전화법의 건전성 목표가 지나치게 낮고, 이를 감독하는 재정전략위원회의 독립성도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준칙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예외사유도 모호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재정준칙을 위반할 경우에 대한 시정조치가 미흡해 실효성을 떨어뜨릴 것으로 분석됐다. 예산이 수반되는 법령을 제정할 때 재원조달 방안도 강구토록 하는 ‘페이고(pay-go)’ 제도의 경우 의원 입법을 제한하는 역효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일 ‘재정건전화 법안의 주요 내용과 검토사항’ 보고서릍 통해 이같이 지적하고, 이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선진국처럼 경기변동에 따른 재정수지 변화를 감안한 ‘구조적 재정수지’ 목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재정건전화법을 통해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45% 이내로 유지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GDP의 3%를 넘지않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준수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조건은 추가경정(추경) 예산편성 요건과 유사하게 규정했다.

하지만 예산정책처는 재정건전화 목표치의 경우 “올해 예산안 기준 국가채무 비율이 40.1%, 재정적자가 GDP의 2.3%인 점에 비춰볼 때 건전성 제고를 위한 목표로서의 의미가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재정적자가 GDP 대비 3%를 초과한 경우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과 199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뿐이었다”며 3%를 건전성 목표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2000년 이후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보면 현 정부 출범 이전까지만 해도 2009년(-3.8%)을 제외하고 매년 -1% 이내에서 관리됐다. 하지만 2012년 -1.3%에 이어 2013년 -1.5%, 2014년 -2.0%, -2.5%로 지속적으로 확대됐으나 -3.0%를 넘지는 않았다.

보고서는 선진국의 경우 경기변동에 따른 변동을 제외한 ‘구조적 재정수지’를 도입하고 있는데, 한국보다 매우 엄격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경우 구조적 재정적자를 GDP의 0.35% 이내, 프랑스는 0.5% 이하로 관리토록 하고 있다. 스위스는 수입 전망치 내에서 지출토록 해 적자 발생을 차단하고 있고, 스웨덴은 재정수지를 흑자로 관리하도록 목표를 설정(2016년 0.33%)해 놓고 있다.

보고서는 재정준칙 예외사유가 추경 편성 사유와 유사하게 규정된 것도 자의적 해석을 가능케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경은 주로 ‘경기침체와 대량실업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편성됐으나 구체적 기준은 없으며, 최근 5년 동안에도 2013년과 2015, 2016년 등 3차례 추경이 편성됐다. 이를 재정준칙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예외로 인정한다면 그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의 이행을 감독하는 재정전략위를 기재부 산하에 두고, 기재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위원까지 임명토록 한 것도 독립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됐다. 준칙을 위반할 경우 세계잉여금 전액을 채무상환에 사용하고 기재부가 국가채무 감축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있으나, 이는 시정조치로 미흡해 보다 적극적인 세입확대나 지출축소 등 자동 시정조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예산정책처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나서 이 법안의 원만한 통과가 불투명하며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