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암울한 현실과 닮은꼴 촛불시위 기저엔 사회불만이…
여야 대권경쟁 본격화땐 무책임한 포퓰리즘 빠져들수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가결이 이뤄진 우리나라에도 최근 미국과 유럽을 휩쓴 ‘포퓰리즘 화약고’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국가정책이 포퓰리즘에 점령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한 정치적 불신과 극에 달한 불만이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장기간 경기침체로 갈수록 높아지는 청년실업과 커지기만하는 빈부격차, 늘어만가는 가계부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암울한 현실이 포퓰리즘을 키우는 토양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이미 이번 대통령 탄핵을 촉발한 직접적인 원인인 촛불집회를 두고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마테오 렌치 총리의 몰락을 부추긴 이탈리아 국민투표 등과 함께 글로벌 포퓰리즘 물결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이번 촛불시위의 이면에는 경기침체와 이로 인한 청년실업, 빈부격차 등 양극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기존체제에 대한 불만 등이 기저에 뚜렷히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포퓰리즘은 영국과 미국 이전에도 이미 유럽에 상륙해 대륙의 정치 지형을 급격하게 흔들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시리자’는 그리스 경제 위기를 틈타 집권한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당이며, 이탈리아 개헌 반대를 주도해 마테오 렌치 총리를 끌어내린 것도 극우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이다. 부의 낙수효과를 기대했던 미국 노동자들은 오히려 갈수록 심화하는 부의 편중에 분노했고, 모두가 잘사는 ‘하나의 경제’라는 이상을 좇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가입했던 남유럽 국가들은 통합의 열매가 일부 국가에만 열리는 것을 보며 좌절했다. 이런 상황이 미국과 유럽을 휩쓴 포퓰리즘의 토양이 됐다.
지금 우리 경제는 매우 위중한 국면이다. 내년까지 내리 3년간 2%대 성장률로 장기 저성장이 예고된 가운데 일본의 노무라증권은 내년 성장률을 1.5%로 후려치기도 했다. 고용 문제를 비롯해 수출 투자 소비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석유화학, 조선, 철강, 전자 등 주력 산업은 너무 노쇠해 구조조정 중인데 화장품, 의약품, 패션의류 등 소비재와 에너지신산업 등 정부가 새 수출 유망품목으로 선정한 산업이 아직 규모 면에서 열악한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환율시장과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빈부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월소득 하위 10% 계층의 가처분소득이 올해 1분기에는 -4.8%, 2분기에는 -13.3%로 감소폭이 확대되다가 3분기에는 -16%로 급격하게 커졌다. 불황의 한파가 취약 계층부터 덮친 것이다. 소득하위 10%의 최극빈층이 근로조건이 열악한 일용직, 임시직조차 얻지 못해 마이너스 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탄핵 이후 가장 우려스런 부분은 여야 정당의 대권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대권욕에 사로잡힌 정치인들이 무책임하게 포퓰리즘에 호소하는 발언을 남발하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잠룡들이 ‘표 경쟁’에만 매몰될 경우 경제·안보 위기 극복을 위한 진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대권주자들 스스로 포퓰리즘을 경계하면서 국가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우 기자/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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