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대비 가계부채 ‘선제대응’
8개 시중銀 성과연봉제 ‘화답’
금융정책 ‘밀어붙이기’ 우려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현 경제팀(유일호ㆍ임종룡)의 유임에 사실상 힘을 실어주면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행보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경제 부총리 내정자와 금융위원장을 겸하던 어정쩡한 지위에서 금융위원장으로의 유임으로 굳어지면서 그동안 공전하던 은행권 성과연봉제와 금리 인상에 대비한 가계부채 관리에 더욱 힘을 쏟는 모양새다.
임 위원장은 지난 12일 ‘금융당국 합동리스크 점검회의’에서 가계부채에 대한 사전 관리(고정금리 확대ㆍ가산금리 체계 정비) 방안을 분명히 하면서 탄핵 정국 하에서의 금융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와 동시에 이날 시중은행들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를 전격 도입하며 지지부진하던 성과연봉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하지만, 임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에 금융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등 연말 시간에 쫓기듯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ㆍKB국민ㆍKEB하나ㆍ우리ㆍNH농협ㆍ한국씨티ㆍSC제일ㆍsh수협 등 8개 시중은행은 지난 12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당초 시중은행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사실상 무산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연공서열 중심의 호봉제의 경우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지만, 성과연봉제는 박근혜 정부 차원의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노조 측도 성과연봉제를 ‘최순실표 노동개악’으로 규정하며 금융당국에 대한 공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날 시중은행들은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비밀스럽게 이사회를 열어 관련 안건을 처리했다.
금융노조 측은 “지난 9일 임종룡 위원장이 직접 은행장들에게 12일까지 무조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라고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이에 은행장들이 서둘러 방안을 마련, 부담을 덜고자 같은 날 동시에 이사회 통과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외압 논란에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앞서 임종룡 위원장은 시중은행의 성과연봉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사회가 적극적 역할을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지루하게 끌어오던 성과연봉제가 도입됐지만, 은행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개인성과 평가방법 등 성과연봉제의 세부안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도입만 결정되면서 쉽지 않은 해법 찾기에 고심해야 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노조와의 갈등은 그렇잖아도 어려운 실적달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주요 은행장들의 임기가 올해 또는 내년까지인 상황에서 노조의 반발은 연임을 노리는 은행장들에겐 악재다.
A은행 관계자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했지만 이런 방식은 향후 더 큰 문제를 만들 것”이라면서 “임단협 등도 중단된 상황에서 노조와의 법적 분쟁까지 이어질 경우 안 그래도 어려운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일단 이사회 통과로 성과연봉제 도입은 한 만큼 금융당국에 체면치레는 한 셈”이라면서 “구체안이 없는 만큼 취업규칙변경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실제 시행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전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갑자기 금융당국이 조급증에 걸린 것처럼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취임 초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최근엔 갈수록 관의 요구와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황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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