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ㆍ유은수 기자] “아이고, 이제 의원총회에 오고 싶은 생각도 없네, 없어. 누가 오고 싶겠어”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
새누리당 친박(親박근혜)계와 비박(非박근혜)계가 ‘충돌’보다 무서운 ‘단절’ 국면으로 돌입했다.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쌍방 고립 전략’의 전면화다. 한때 초선의원 모임을 중심으로 ‘당 통합’ 여론이 나왔지만, 양 계파 중진의원 사이에는 “차라리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것이 낫겠다”는 자조감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의 내홍이 중간 봉합 없이 16일 원내대표 경선 이후 분당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는 약 70~80여 명의 의원만이 참석했다. 전체 소속 의원(128명)의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참석률이다. 앞서 비박계는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퇴배경 설명과 재신임을 요구하며 의원총회 소집을 요청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 “의원총회가 양 계파의 ‘대충돌’ 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이유다. 그러나 이날 의원총회에는 ‘친박핵심’으로 불리는 서청원ㆍ최경환ㆍ홍문종ㆍ이장우 의원 등이 모두 불참했다. 비박계의 요청으로 열린 의원총회를 사실상 ‘보이콧’함으로써 ‘더 이상 대화는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전날 ▷당 윤리위원회 재편 ▷비박계 핵심의원 고발 등에 이은 ‘전면전’ 선언이다.
이에 따라 당내 초선의원을 중심으로 분출되던 ‘통합론’도 힘을 잃었다. 초선의원 모임의 주축인 정운천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초선의원도) 이제 여러모로 양극화가 되다 보니 의견을 모으는 것이 어렵다”며 “결국 새 원내대표를 제대로 뽑아야 한다는 정도의 결론 밖에는 내지 못했다. 초선의원 모임도 조만간 다른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했다. 친박과 비박, 양 계파의 대립이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너 수습 불가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는 방증이다.
결국, 정치권에서는 “오는 16일 원내대표 경선까지 양 계파가 큰 충돌 없이 ‘물밑 세(勢) 확장’에 주력한 후, 명운을 건 단판 승부를 벌일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비박계 핵심 정병국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에 출연해 “친박계가 다시 당권을 잡는다면 새누리당은 아무런 역할을 못하게 될 것”이라며 “친박의원 모임 소속을 뺀 나머지 사람들이 중심이 돼 나름대로 원내대표를 세우고, 정국을 이끌어 가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일단 원내대표 경선에서 중도 또는 비박계 성향 후보의 당선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뒤, 이것이 실패하면 야권의 비토(veto)를 지렛대 삼아 친박계를 정국에서 고립시킨다는 시나리오다.
“(친박계가 새 원내대표를 배출하더라도) 국민과 다른 정치 세력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결국 (비박계가) 국민과 야당이 (대화 상대로) 인정을 하는 정치 세력을 직접 꾸리겠다는 것”이라는 게 정 의원이 내놓은 복안이다. 다만, 친박계가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이라는 이름의 모임을 발족하는 등 배수진을 친 것을 고려하면, 전날 김무성 전 대표가 선언한 탈당 및 신당 창당 행보에 더욱 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 한편, 친박계 의원 일부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촛불민심이 국민 전체의 의견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칼럼을 인쇄해 배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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