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미국이 15일(현지시간) 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은행권도 비상이 걸렸다. 예고된 이벤트인 만큼 현재 외화조달엔 문제가 없지만 경기하강, 국내 외 정치리스크 등 변수가 산제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은행들은 리스크관리를 내년 핵심 경영전략으로 세우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채에 대한 은행들의 선제적 부실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5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 0.2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번 금리인상은 예고됐지만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국내 은행권의 3개월 외화유동성 비율은 106.4% 수준으로, 규제 비율(85%)을 크게 웃돈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등 대내ㆍ외 정치적 불안정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안심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이를 반영하듯 리스크관리는 내년도 은행들의 공통 경영 키워드로 제시됐다.

은행들은 불안정한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추가 외화 유동성 확보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한은행 자본시장 담당 임원은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추가 고유동성 자산확보에 나설 것”면서 “미국국채나 통안채 등 유가증권을 추가 매입하거나 커미티드라인 한도를 높이는 등의 방법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역시 ‘외화유동성 컨틴전시플랜’에 따라 점수화된 위기단계에 따라 추가 고유동성 매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 담당 임원은 “외화 대출자산은 줄이고 유가증권을 추가확보하는 방식으로 외화 유동성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금리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은 은행들로선 부담요인이다. 2019년까지 경기대응완충자본, 시스템적중요은행(D - SIB)에 따른 추가자본확충 등 글로벌 자본규제가 예고돼 코코본드 등 추가자본 조달이 필요하지만 미국 금리인상으로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에만 은행채 90조원의 만기가 돌아오는데 차환발행(만기채권을 대체하는 새 채권 발행)에만 막대한 추가비용이 발생할 상황이다.

수익성 개선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은행들은 분석하고 있다. 당초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시장금리도 올라 예대마진으로 먹고 사는 은행들의 수익성 개선 효과가 뚜렷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잇따라 가계부채 규제 대책을 내놓으면서 대출확대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여기에 건전성을 관리하려면 이전처럼 대출을 늘리기 쉽지 않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내년도 예상 대출증가율은 전년대비 3~5%로, 올해 상반기(7.3%)대비 최대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문가들은 선제적인 부채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성장률이 낮은 상태에서의 금리상승은 처음 경험하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는 “세계경제의 부진 속에서 미국의 보호주의 확대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나 투자 등이 저조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 심화, 기업 수익성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등의 위험요인이 결합돼 큰 위기로 비화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완중 하나금융연구소 팀장은 “기업부채 성격을 띠는 자영업자 대출이 현재 730조원까지 불어난 상황”이라며 “향후 부동산경기 부진, 금리 상승, 유동성 축소가 맞물리면 은행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채무자의 상환가능성을 미리 점검해 사전 조정해야 한다”며 “프리워크아웃을 진행하거나 만기나 금리를 조정하는 등 소비자의 채무상환능력을 미리 고려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