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유홍준이 “제주도에 관한 연구서를 넘어서 인류학적 조사 방법과 분석, 서술의 한 전범을 제시한 명저”라며 “진실로 제주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쓴 저서”라고 꼽은 이즈미 세이치의 ‘제주도’(김종철 옮김, 여름언덕)가 출간됐다.

문화인류학자인 이즈미 세이치(1915~1970)가 1935년 경성제대생으로 처음 만난 제주도 땅을 밟은 후 30여년간 연구를 거듭한 끝에 1966년 그 성과를 엮어낸 책이다. 제주도 출신의 언론인이자 산악인이며 저술가인 고(故) 김종철씨(1927~1995)가 저자의 연구를 따라 참고 문헌을 뒤지고 직접 마을들을 찾아 사라진 지명과 방언을 조사해 생전 우리말로 옮겨 놓은 것을 최근 펴낸 것이다. 번역 출간에는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중 제주도편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에서 이즈미 세이치의 책을 소개하면서 관심이 고조된 것도 한 몫을 했다.

이 책에는 제주도의 지질과 동식물 분포같은 자연환경에서 신화와 역사, 사람들의 의식주를 비롯해 종교, 언어, 풍습, 관혼상제 등이 망라돼 있다. 1935년부터 1965년까지 ‘제주살이’에 관한 총체적 보고서다. 특히 제주도의 자연과 주민들의 습속을 보여주는 80여컷의 사진도 귀중한 자료라 할만하다.

이즈미 세이치는 부친이 경성제대 교수직을 맡게 되면서 조선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1935년 경성제대에 진학했다. 그해 여름 처음으로 제주도 땅을 밟은 이즈미 세이치는 겨울 한라산에 오르다 조난사고로 친구를 잃게 된다. 이를 계기로 이즈미 세이치는 일문학이던 전공을 문화인류학으로 바꾸었으며 친구를 묻은 제주도에 평생 관심을 두고 타계 한달전까지 오가며 연구했다. 제주도 곳곳을 탐방하며 자연과 풍속을 속속들이 조사했으며 실증적, 통계적 방법까지 동원한 문화인류학적 연구를 진행했다. 한국전쟁 기간에는 도쿄에 이주해온 제주도민의 삶을 연구했으며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가 이뤄진 뒤에는 제주도를 다시 방문해 30년간의 변화상을 추적했다. 이즈미 세이치는 제주도 이외에도 아이누, 몽골, 안데스 등을 답사하며 연구결과를 ‘잉카 제국’ ‘안데스의 예술’ ‘아득한 굴뚝’ ‘문화 속의 인간’ ‘잉카의 조상들’ 등의 책으로 내놓았다. 메이지대학 교수와 도쿄대학 동양문화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