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시중 금리의 급등을 두고 금융당국과 은행들의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산금리 산정방식, 고정금리비중 확대 등 은행권 금리결정에 깊숙히 관여하면서 은행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당국은 불합리한 대출금리 인상, 가계부채 질 개선 등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은행들은 ‘시장경제 하의 자율성 침해’라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감독원(금감원)과 은행연합회,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적용 중인 모범규준 세부항목 기준이 모호해 은행마다 가산금리 운용방식이 제각각이라는 판단에서다. 최근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과도하게 높여 금리인상기 과도한 이자수익을 내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앞서 금감원은 조사 결과 “일부 은행들이 총자산이익률(ROA)이 0.3∼0.4%를 오가는 상황 에서 목표이익률을 2%대로 높게 산정, 대출금리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높게 잡은 목표이익률은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달성됐다는 것이다.
가산금리는 기준금리에 신용상황 등을 감안해 더하는 일종의 위험가중 금리로, 은행이 조달원가, 경상비, 은행별 대출 정책 등에 따라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다만, 경영관련 대외비로 책정방식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은행들은 “사실상 금리를 내리라는 압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은행들은 금리는 시장경제하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한다. A은행 관계자는 “경제ㆍ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반영되는 것이 바로 가산금리”라며 “대기업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제대로 잡지 못할 정도로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는 가산금리가 당연히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은행연합회도 보도자료를 통해 “가산금리 구성요소 중 시장 상황이 급변할 경우 리스크프리미엄 등이 상승하면서 전체 대출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 가능하다”며 “은행의 대출 금리는 시장환경의 변화 등을 감안해 은행별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산출 시스템에 따라 자율적인 책임하에 결정되고 있다”며 폭리 의혹을 일축했다.
금리제한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것으로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우려도 있다. B은행 관계자는 “금리는 시장원리에 따라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도록 남겨두는 것이 시장 원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리결정에 제한이 생기는 만큼 다른 부분의 고객혜택이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들은 최근 가계부채 질 개선을 위해 금융당국이 내년도 고정금리(42.5%→45%)ㆍ분할상환 대출(50%→55%) 목표를 올린 것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5년 이상의 장기 고정금리 대출의 경우 만기가 1년인 수신과 만기 불일치가 커져 그만큼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리스크가 커지면 금리를 높여야 하지만 고정금리 할당 목표를 채우기 위해선 금리를 되레 낮춰야 할 판이란 게 은행권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10년 이상 고정금리 상품의 경우 시장에서 리스크를 헤지할 방법이 없다”면서 “그 리스크를 은행이 감당해야 하는데 그 만큼의 금리는 받을 수 없어 지금 상황에서 고정금리 비중이 늘어나면 은행들로선 손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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