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대만 경제가 신음하고 있다. 대만 이민서에 따르면 중국인 단체관광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2% 줄었다.
대만이 중국인 관광객을 본격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한 것은 8년 전이다. 중국인 여행객을 의미하는 ‘루커(陸客)’들이 관광을 오기 시작하면서, 침체됐던 대만 경제가 동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취임한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중국과 대만을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한 ‘92 컨센서스’에 유보적 입장을 취하면서, 대만 경제의 큰 손이었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던 중국이 대만으로 떠나는 관광객 수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조치로, 지난해 142만 명이었던 중국인 단체관광객 수는 올해 115만 명으로 급감했고, 노동절과 국경절 특수에도 지난해 대비 각각 30%, 31%씩 감소했다.
대만 정부는 중국의 경제적 보복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적 대응책을 마련했다. 가장 우선적으로 발표한 것은 관광산업 활성화 대책이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국내 패키지 상품을 내놓은 여행사에 파격적인 보조금 혜택을 부여하고, 관광객 수를 기준으로 숙박비, 교통비, 가이드비용 등을 보조금으로 추가 지급했다.
대만 정부는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여 시장 다변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근본적인 관광 산업의 체질 개선을 목표로 두고 있다. 또한 동남아 지역과의 경제 교류를 강화하는 신남향정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남향정책은 동남아 국가들과의 다원적·포괄적 협력을 통해 중국의 경제 의존도를 줄이려는 대만 총통의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중국의 강경한 대응이 예상되기 때문에 대만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국에게도 대만의 상황은 단순히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10월 중국은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 7월부터 규모가 줄고 있다. 이미 중국인 관광객 유입으로 명동지역의 임대료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오른 상황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다면 이는 상인들의 단순한 금전적 손해를 뛰어넘어 관광산업의 국가적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대만의 문제는 관광산업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은 대만, 한국 등에서 수입하던 중간재를 중국에서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홍색공급망’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만은 중간재를 생산해 중국에 수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 청년 실업률 악화, 산업 생산라인 붕괴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색공급망’으로 인한 대만 경제의 변화는 대중국 수출 구조가 비슷한 우리나라에도 경종을 울리는 대표적인 사례이며, 이밖에도 다양한 대만의 고민이 가까운 미래에는 한국의 고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만의 위기가 곧 우리의 위기가 될 수 있기에, 한국은 대만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저 남의 나라 일로 치부한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큰 충격과 혼란에 빠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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