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자영업자대출이 가계부채는 아니지만 가계부채 위험을 직접적으로 터뜨릴 숨은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위축에 따른 내수경기 침체로 자영업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영업자 상당수는 다중채무자인 만큼 자영업자대출 부실이 다른 대출의 부실이 전이될 경우 금융시스템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LTV 70%이 넘는 고위험대출 비중이 높은 점도 금리인상기 세밑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50조 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332조 8000억원)에 비해 17조 5000억원(약 5%)이나 늘었다.

급증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사업자대출은 전달보다 2조 3000억원 늘었다. 증가폭은 최근 석달 중 가장 높았다. 국내 자영업자 숫자(2012년 572만명→올해 5월 말 563만명)는 감소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자 1인당 빌리는 돈은 더욱 늘었다는 얘기다.

자영업자대출은 가계부채가 아닌 기업대출로 분석돼 주택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로 인해 가계부채와 달리 LTV70%가 넘는 ‘고위험대출’비중이 높다.

문제는 내년 내수경제가 최악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돈 벌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 경제는 디플레이션과 내수 침체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등 연구기관들도“가계부채 원리금 상환부담과 인구고령화 진전, 주거비 부담 등 구조적 요인이 지속적으로 가계의 소비성향이 위축될 것”이라고 분석한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도 줄줄이 2%대 초반대로 수정했다.

내수부진 외에 금리인상기라는 점은 자영업자들에게 또 다른 악재다. 버는 건 없는데 나가야 할 돈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미국이 내년에만 3차례 가량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국내 대출금리는 더욱 빠르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 대부분은 변동금리라 금리인상에 더욱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최근 한국은행은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폐업 위기에 처할 자영업자가 50만곳에 육박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50대 이상 중ㆍ고령층 비중이 높고 금리가 높은 2금융권 대출이 많다는 점도 취약점으로 꼽힌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60대 자영업자의 대출 가운데 2금융권 비중은 66.2%나 됐고 50대는 61.6%로 뒤를 이었다. 노형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0ㆍ50ㆍ60대 자영업자의 2금융권 대출 비중은 60%를 웃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면서 “업황 악화 등 소득 충격이 있으면 청년·고령층 자영업자 부채가 부실화할 위험이 큰 만큼 부채의 질과 총량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금융개혁 기자간담회에서 “자영업자 대출은 대부분 생계와 직결돼 있어 분할상환을 적용하기가 어렵다“며 ”이 부분을 규제하면 이들이 대부업 등 사금융으로 갈 수 밖에 없어 대책 강구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자영업자대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연령별, 지역별 리스크 요인에 대한 정밀진단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사업성 심사 강화, 부동산 임대업 등 특정업종 편중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을 각 금융기관에 주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