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새해 벽두부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들고 나왔다. 그룹 핵심 계열사의 공격적 투자로 대내외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일 SK이노베이션은 올해 글로벌 성장과 신사업 확대를 위해 3조원 규모의 투자 방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화학 및 석유개발 분야 국내외 인수합병(M&A) 및 지분 인수는 물론, 배터리 공장 증설과 배터리 분리막 사업 확대 등을 위한 전방위적 투자 단행이다.

SK이노베이션의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이미 예견돼있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3조원대의 영업이익(추정치)을 벌어들이며 ‘총알’을 두둑히 모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그룹 계열사들의 전체 영업이익(9조3000억원ㆍ추정치)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할 정도 그룹 내 ‘맏형’ 노릇을 톡톡히 했다. 2014년 119%였던 부채 비율도 지난해 3분기 기준 77%까지 끌어내렸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은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변화해야 한다’는 신호를 각 계열사에 보냈다. 지난해 내내 강조한 ‘뉴SK’ 혁신이었다.

최 회장은 지난 연말 인사에서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을 교체하고 그 자리에 ‘전략통’ 김준 사장을 앉혔다.

투자에 알맞은 조직개편도 함께 이뤄졌다. 글로벌 성장 가속화를 위해 해외 현지에 책임 조직을 전진 배치하고, M&A와 신규사업 확장에 대비해 조직체계를 유연화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종합화학은 ‘글로벌 파트너링’ 등 글로벌 사업 전략을 총괄하는 글로벌마케팅본부를 중국에 신설했고, SK이노베이션의 석유개발사업(E&P)은 아예 본사를 미국 휴스턴으로 이전하고 사업대표 등 주요 인력을 전진 배치했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10월 CEO세미나에서 “글로벌 사업이 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사업 담당 임직원만이 아니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글로벌 현장에 나가야 하며,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대규모 투자는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시장 공략과 공격적인 신사업 확장에 필요한 신규 인력 채용을 계속 확대해 향후 5년간 대졸 공채와 기술직 신입사원 등 모두 1200여명을 채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동화 설비 기반의 대규모 장치산업인 정유ㆍ화학 기업들의 기존 채용 규모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규모다.

한편, SK그룹의 또 다른 중심 축인 SK하이닉스도 올해 3조2000억원 가량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연말 밝힌 바 있다. SK그룹의 잇따른 공격적 투자가 침체에 빠진 국내 경기 활성화에 일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두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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