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정부가 ‘전가(傳家)의 보도(寶刀)’, 재정을 다시 꺼내들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재정집행 관계장관들을 긴급 소집해 1분기 재정 조기집행이 올해 경제를 좌우할 핵심과제인 만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을 당부하면서 재정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것이다. 다시 말해, ‘나라 곳간’을 활짝 열테니 빨리빨리 꺼내 쓰라는 얘기다.
경제부총리가 관계장관들을 소집해 재정집행에 속도를 내라고 촉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우리경제가 위기를 거론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고, 특히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재정확대 이외에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경제의 3대 주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기업은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에 나서지 않고, 고용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양상은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조정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또다른 핵심 주체인 가계는 실질소득 감소와 일자리 및 노후 불안, 1300조원에 달한 가계부채의 이자ㆍ원리금 상환부담 등으로 지갑을 닫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결국 정부가 의존할 수 있는 카드는 재정이 거의 유일하다. 다행히 20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재정관리를 강화해 선진국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재정 상태가 괜찮은 편이었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출범 이후 거의 매년 ‘곶감 빼먹듯이’ 재정을 확대해 경기를 부양했고, 이번에도 재정을 경제활력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재정확대엔 한계가 있다. 올 1분기에 재정의 31%를 집행하겠다는 것은 하반기에 쓸 예산을 당겨서 쓰려는 것에 불과하다. 재정을 투입해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하반기에는 ‘재정절벽’ 우려가 커지면서 경기불안 심리를 더 부추길 수 있다. 지금까지 거의 매년 이런 패턴을 반복하면서 추가경정(추경) 예산을 편성하기에 이르렀고, 올해도 이를 반복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올해의 경우 새해 예산안을 집행하기도 전에 정치권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추경 편성론이 나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정부는 올해 1분기 경제상황을 지켜본 후 대내외 여건 등을 감안해 추경 편성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1분기에 재정을 몇조원 더 확대한다고 살아날 경제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부실기업과 산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포함해 노동시장 등 구조개혁으로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 경제활로도 찾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그동안 정부는 개혁에 속도를 내지 못한 채 재정을 동원한 일시적 부양책에 의존해왔고, 결국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돼버렸다. 이로 인해 재정상태는 지속적으로 악화돼 만성적 재정적자 국가로 전락했고, 국가부채도 점점 위험수위에 접근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1분기 재정 조기집행 확대도 실효성을 거두기가 만만치 않아 향후 추경 편성론이 비등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손쉬운 재정확대보다 구조개혁과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과감하고 획기적인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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