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담보대출(육담대) 사기 파장이 커지면서 과거 금융권에 큰 파장을 가져온 KT ENS 사건과 모뉴엘 사건이 주목받고 있다. 육담대 대출 사기가 과거 KT ENS나 모뉴엘의 경우처럼 담보 역할을 하는 육류에 대한 금융권의 심사 체계가 부실했던 점이 드러나면서다.

과거 KT ENS와 모뉴엘 대출 사기는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대출이었다는 점과 이 매출채권에 대한 금융권의 심사 부실이 피해를 키웠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또 협력업체 또는 금융사 내부에 매출채권을 가공하기 위한 공모자가 있었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2014년 2월 터진 KT ENS 사태는 KT ENS의 협력업체인 전주엽 NS쏘울 대표가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방식으로 은행에서 빌린 2800억원을 횡령한 후 잠적하면서 만천하에 알려졌다. 매출채권의 가공과 매출처 내부의 공모가 있었다.

전씨는 2008년 5월부터 2014년 1월까지 457회에 걸쳐 통신기기 제조업체 대표등과 공모해 KT 계열사 KT ENS에 휴대폰 등을 납품한 것처럼 꾸민 뒤 매출채권을 담보로 시중은행 및 저축은행 15곳으로부터 1조7900여억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로 결국 기소됐다.

그는 이때 범행을 공모하는 과정에서 당시 KT ENS 부장에게는 NS쏘울 등 협력업체들이 KT ENS에 납품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청탁과 함께 NS쏘울 법인카드를 제공하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의 대출 사기로 전 금융권이 휘청였다.

벤처기업이었던 모뉴엘은 해외수입업체와 공모해 허위 수출자료를 만든 뒤 6개 은행에 수출채권을 매각한 수출 사기를 저질렀다.

모뉴엘은 수출실적을 부풀려 6개 은행에 3조원의 대출을 신청했고 은행들은 무역보험공사의 단기수출보험에 가입하고 수출채권을 매입해 모뉴엘에 거액을 대출했다.

모뉴엘 박홍석 대표는 이런 식으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홍콩 등 해외지사를 통해 수출입 물량과 대금을 부풀려 3조4000억원대 불법 대출을 받아왔다.

모뉴엘 대출사기에는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 직원이 연루된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금융권의 신뢰도는 더욱 크게 추락하기도 했다.

검찰은 모뉴엘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무역보험공사 부장 및 전 임원과 수출입은행 직원을 구속 기소했다. 수출입은행 모 부장도 불구속 기소됐다.

이번에 터진 육담대 대출 또한 담보의 형태만 달라졌을 뿐 이들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리스크 관리를 위한 내부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채 단기 실적을 위해 허술한 담보를 토대로 대출이 실행됐던 것.

실제 전국에 산재된 저장창고에 보관된 육류에 대해 금융사들은 창고업자의 담보확인증만 믿고 허술하게 대출을 실행했다. 동산담보대출인 자동차 대출에서도 등록증과 같은 등기 역할을 수행할 서류를 꼼꼼히 파악하지만, 육담대는 고작 이 근거가 담보확인증에 불과했다. 결국 유통업자와 창고업자가 공모해 동일 담보를 토대로 이중대출을 실행해도 금융사 내부에서는 파악할 방법 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구조의 육담대가 유통업계 전반에 만연한 일종의 관행 처럼 이뤄져 왔다는 점에서 금융회사 내부의 공모는 아니더라도 사실상 이를 묵인ㆍ방치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과거의 대출 사고와 유사하다.

정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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