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경제정책이 동아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 주제…美 현지 토론회 한경연 “동아시아 국가들 1997년ㆍ2008년처럼 유동성위기ㆍ외환위기 가능성”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오는 20일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중국 무역정책이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한국총영사관 회의실에서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방향과 동아시아경제에 미치는 영향’ 을 주제로 시카고 라운드테이블 미팅을 개최했다고 8일 밝혔다.

이날 토론은 권태신 한경연 원장의 사회로 베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 마틴 아이헨바움 노스웨스턴대 교수, 스티븐 데이비스 시카고대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김정식 연세대 교수, 오정근 한경연 초빙연구위원 등이 참여했다.

권 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새해 세계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으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경제정책 불확실성 증대를 꼽았다. 특히 ‘미ㆍ중 갈등이 정치ㆍ외교관계 뿐 아니라 무역ㆍ통화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우려했다.

첫 발표에 나선 베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는 트럼프 경제정책의 유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내놨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확대와 미국 연준의 통화긴축이라는 두 정책의 조합은 달러 강세를 이끌게 되고 이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폭을 더욱 확대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연준의 추정에 따르면 5%의 달러가치 상승은 3년 후 미국의 실질수출을 3%까지 줄이고 실질수입은 1.5% 가량 늘린다”며 “이는 무역수지 적자를 심화시킬 뿐 아니라 미국의 실질GDP를 3년에 걸쳐 0.75% 감소시키는 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마틴 아이헨바움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재정정책을 통한 경제회복’과 ‘관세장벽을 통한 무역수지 개선’ 이란 목표는 서로 상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경제가 현재 거의 완전고용 상태이기 때문에 확장적 재정정책의 대내 효과는 적고, 늘어난 수요도 해외 상품 수입을 늘이는 방식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오히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폭을 더 키우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아이헨바움 교수는 “결국 무역수지 개선에 실패한 트럼프 행정부가 직접적인 무역장벽을 세우기 시작하면 세계 경제는 ‘거대한 무역 전쟁’에 빠져들게 되고 한국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상주의 무역정책’이 글로벌 공급사슬을 망가뜨리고 생산비용과 물가를 높여 결국에는 미국 내 일자리와 임금을 높이려는 노력 자체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스티븐 데이비스 시카고대 교수는 “미국 대통령의 권한으로 추진하고 집행할 수 있는 무역정책의 수단들은 상당히 많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중국 정책이 중국을 넘어 일본, 한국, 대만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공급사슬 확대로 세계 교역비중에서 중간재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 트럼프 행정부가 중상주의 무역 정책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 자체가 교역부문 신규 투자를 줄여 경제성장에 해가 될 수 있다는 게 문제”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토론에 나선 오정근 한경연 초빙연구위원은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시작하면서 2012년 8월 달러당 78.68엔이었던 엔화를 작년 12월 116엔까지 큰 폭으로 절하시키고 있다”며 “미국의 추가금리 인상이 시작된 가운데 내년 하반기에는 120엔 중반대 까지 절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1997년, 2008년과 유사한 외환위기나 외화유동성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내놨다. 오 초빙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달러 강세와 엔화 가치 절하는 일본상품과 글로벌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동아시아국가들의 수출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며 1997년에도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바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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