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기업ㆍ정부 거듭 지원 나섰지만

- 중소기업들 고난 해결에는 ‘역부족’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참 심란합니다.”

전국을 닥친 명절 물가 상승에서 피해를 입는 것은 소비자들만이 아니다. 항상 현금 변통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제조업체들도 최근 상승한 명절 물가에 매출이 하락하면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상품가격이 상승하면 매출이 오를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하지만 이들입장에선 그리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13일 헤럴드경제와 전화통화를 한 식품 제조업체 임직원은 “항상 현금이 부족하지만, 명절이면 직원들에게 지급할 보너스를 지급해야 돼서 더욱 현금이 부족하다”고 했다.

올 1월에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와 기상이변으로 인한 채소가격 폭등이 겹치며 더욱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생산해놓은 상품이 반도 나가지 않았다.

이 임직원은 “직원들에게 차비로 돈 10만원이라도 쥐어줘야 하는데, 직원들이 받는 돈은 적은돈이지만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다보면 정말 큰 금액이 된다”고 혀끝을 찼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도 “현금이 부족해서 도산하는 중소기업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소기업에게 가장 필수적인 것은 현금”이라고 밝혔다.

유통업체들은 일제히 협력회사 대금을 조기 지급하겠다고 나섰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12일 물품대금 4100억원을 조기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급 대상에는 현대백화점과 거래중인 1400여 개 협력업체를 비롯해 현대홈쇼핑ㆍ현대그린푸드ㆍ한섬ㆍ현대리바트와 거래하는 2100여 협력업체 등 총 3500여 협력업체가 대상에 포함된다.4100억원의 대금지급은 지난해 설보다 2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도 대금 조기 지급을 결정했다. 이마트는 오는 31일 지급 예정이던 820억원 규모의 대금을 오는 25일에 조기 지급한다. 대상은 31일대금 지급을 받을 예정인 340여개 협력회사다.

홈플러스도 4200여 개사 2500억 원 규모의 대금을 조기지급한다. 협력업체들은 빠르면 15일, 늦어도 29일까지 대금을 지급받는다.

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 등으로 이뤄진 ‘조류 인플루엔자(AI) 관련 민생 물가·수급 대응 태스크포스(TF)’도 이번 물가상승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에 신용보증기금의 재난피해 특례보증을 지원한다. 아울러 피해 농가의 경우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에서 특례보증을 진행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청도 다음주부터 AI 피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위한 1750억원 규모 특별자금 융자를 지급한다.

하지만 이런 지원 방안이 중소기업 전체에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많은 사업에서 ‘하청과 원청’으로 이뤄진 복잡한 기업간 서열구조를 갖추고 있다. 대기업 협력업체에도 1차 협력업체와 2차협력업체, 많게는 3차와 4차 협력업체로 이뤄지는 다단계 구조를 갖춘 경우도 많다. 이에 1차가 아닌 2차, 3차 협력업체에는 기업들의 지원방한이 닿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불경기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막대한 수준이어서 중소기업의 매출하락은 참담한 수준이다.

설 상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한 중소기업 CEO는 “얘기들리기로는 지난해 설보다 상품이 20~30%는 덜 나갔다”면서 “올해 설은 유난히 추위가 매서울 것 같다”면서 씁쓸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