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영준 기자] '사임당'은 과연 사전제작 드라마의 한계를 극복하고 선례를 남길 수 있을까.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는 새 수목스페셜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극본 박은령 연출 윤상호 제작 ㈜그룹에이트 ㈜엠퍼러엔터테인먼트코리아 이하 '사임당')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대본을 집필한 박은령 작가와 연출을 맡은 윤상호 PD가 함께 했다.'사임당'은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이 이태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임당(이영애) 일기에 얽힌 비밀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풀어내는 퓨전사극이다. 일기 속에 숨겨진 천재화가 사임당의 불꽃같은 삶과 '조선판 개츠비' 이겸(송승헌)과의 불멸의 인연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아름답게 그려낼 예정.박은령 작가는 "방영이 다소 늦어지는 바람에 여타 타임슬립 소재의 드라마들과 비교가 되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 조금 서운하다. 드라마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타임슬립 드라마들과는 완전 다르고 특유의 모티브를 갖고 있다"며 "풍양 조씨 여인의 비망록같은 '자기록'이라는 책이 있다. 결혼한 지 6년만에 과부가 된 여자가 남편 병세를 지켜보는 내용인데, 이 책을 보고 감동 받았다. 작가로서 책 속 주인공의 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딸을 만나고 싶었던 아버지가 다른 세상이 있지 않나. 거기서 영감을 받아 과거에 있는 사임당을 뫼비우스 띠처럼 엇갈린 느낌으로 생각해봤다. 후대의 누구든 그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런 맥락에서 저의 사임당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 사극화하기 어려운 인물 1위 '사임당'그간 사극의 주인공은 왕족 혹은 장군 등 삶 자체가 한 편의 영화이자 드라마인 인물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대중에게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그저 현모양처 정도로만 알려진 신사임당이라는 인물을 드라마 전면에 내세운 건 '사임당'이 사실상 처음이다. 이유가 무엇일까.박 작가는 "사임당이 사극화하기 가장 어려운 인물 1위라는 기사를 봤는데 그걸 보고 자극 받았다. 뭔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도전하게 됐다. 사료를 뒤지면서 '과연 사임당이 사극화하기 어려운 인물일까?'라는 물음들이 계속됐다. 그녀가 남긴 작품 수가 정말 많았다. 단순히 율곡 엄마, 5만원권의 주인공이 아니었다"며 "당대에는 화가 신씨였고, 산수화로 일가를 이룬 인물이었다. 지금 우리가 가진 사임당에 대한 이미지는 일제시대 이후 성리학적 담론들이 견고하게 우파쪽으로 기울면서 고착화된 것들이다"라고 말했다.이어 "사임당이 살던 시대는 집안의 유산을 달들이 똑같이 나눠받고 결혼 후에도 자신의 재산을 직접 관리했다. 특히 사임당은 법률 지식이 많아 동네에서 상담을 해주기도 했다. 율곡이 어머니에 대해 '어머니가 종종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시고 슬피우셨다'라는 글을 남기며 친정 엄마를 그리워한다고 했는데, 그건 아들의 시선일 뿐이다. 왜 우는지는 아마 몰랐을 거다"라며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일이 조선시대에도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사임당은 캐면 캘수록 역사적 사실 외에도 채워질 수 있는 재밌는 부분이 많다고 봤다. 조선의 워킹맘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밝혔다.
◆ 이영애=사임당, 이겸=송승헌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번 작품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이영애는 사임당과 현재의 시간강사 서지윤이라는 1인 2역을 연기한다. 송승헌은 사임당과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 후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이는 이겸을 열연을 펼칠 예정. 박은령 작가와 윤상호 PD는 입을 모다 두 사람의 연기력과 인간성을 극찬하며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박 작가는 "제가 남배우 외모에 혹하지 않는데 송승헌을 처음 보고 이상한 말을 내뱉었다. 눈 속에 별이 있다고 했다. 역시 남자는 마흔이 넘어야 제대로 된 남자가 되는 것 같다"며 "(송승헌은) 무르익었다. 현대극에서 봤을 때는 느끼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임당'에서는 그게 굉장히 농익어서 멋있게 나온다. 제가 생각했던 이겸이었다. 지금까지 제가 본 송승헌 씨 연기 중에 제일 좋고 눈빛도 좋다. 아마 여성 분들이 좋아할 것이다. 본인도 만족하더라. 아마 제 말이 무슨 뜻인지 드라마를 보시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윤상호 PD는 "처음 송승헌 씨 캐스팅할 때 '사임당'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많이 고민했다. 다른 남자 배우들도 그 부분 때문에 부담이 많았다"며 "결국 사임당 아니냐, 남자 캐릭터는 그냥 따라가는 거 아니냐는 인식이 많았다. 작가님이 정말 멋있게 만들어주셨지만 송승헌 씨 역시 꽤나 긴 시간을 고민한 끝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막상 현장에서 수염을 달아보니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캐릭터가 탄생했다. 아마 송승헌 씨도 '사임당'을 통해 꽃미남 타이틀을 벗고 중후한 매력으로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 "사전제작 드라마 선례 남길 수 있기를…"'사임당'은 오랜 기획 끝에 사전제작을 거쳐 완성됐다. 100억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데다 이영애 송승헌이라는 화려한 라인업, 그리고 사임당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윤상호 PD는 "제작에 돈이 많이 들어간 건 사실이지만 풍족한 것 같지는 않았다"며 "다른 것에 집중하느라 돈이 든 것도 있지만 사실 다른 작품과 비교해 거대한 예산으로 만들었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에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은 복지 촬영을 했다고 본다. 진정 일하기 좋게 예산이 잘 쓰였다. 그게 앞으로도 개선시켜 나가야 할 환경이기도 하다"고 했다.그러면서 윤 PD는 "큰 성공을 거둔 '태양의 후예'도 방송 전까지는 문제가 있다거나 재미가 없다는 등의 소문들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드라마가 공개되고 어마어마한 작품이 됐다"며 "개인적으로 부러운 작품이다. 좋은 선례를 남겼다. 저희 '사임당'도 사전제작으로 진행되는 작품인만큼 '태양의 후예'와 같은 소기의 성과가 있었으면 한다. 대한민국 드라마 제작환경에서 사전제작 드라마가 없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저희 드라마도 그런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또 그는 "정말 다 만들어놓고 나니까 잠이 안 온다. 시청자 분들이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는데, 판단은 결국 시청자들의 몫이다"며 "다른 드라마처럼 통통 튀고 발랄한 것은 우리 드라마에는 없다. 하지만 다른 흥행 드라마들의 관점에서 보지 말고 진정한 깊이와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진한 감동이 포진돼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드라마가 가진 진정성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푸른바다의 전설' 후속으로 편성된 '사임당'은 오는 26일 오후 10시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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