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 받기도 전에 수사 과정에서 범죄자 이미지 덧칠 -특검 수사로 삼성 몇달이란 시간을 잃어버려 -지금 당장 매출과 이익을 잃지는 않겠지만 시간을 두고 여파 심각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지난 18일 오전 9시56분 서울중앙지법 서관 현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검찰 수사관들과 차에서 내렸다. 로이터,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수없이 터졌다. 아사히TV 등 일본 언론은 생중계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CNN,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삼성의 리더가 뇌물스캔들로 법원의 영장심사를 받는다”며 앞다퉈 보도했다. 일부 외신들은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에 이어 삼성 이미지가 더욱 타격받았다”고 전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그룹이 부도덕한 이미지로 한순간에 단죄받은 순간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박영수 특검팀의 구속영장이 19일 기각됐다. 이 부회장은 이날 새벽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와 서울 서초사옥으로 곧바로 출근했다. 밤새 이 부회장을 초조하게 기다렸던 임직원을 독려하고 긴급한 그룹 현안을 챙기기 위해서다.
삼성도 총수 유고사태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났다. 이 부회장의 구속됐다면 삼성은 리더십 공백 위기에 빠져들게된다. 삼성으로서는 안심할 수도 없는 처지다. 특검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검이 이부회장을 비롯해 그룹 수뇌부를 재판에 넘기면 지난한 법정공방도 치러야한다. 특검 수사가 연장되면 1분기에는 사실상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불가능하다. 두달 넘게 이어지는 사정기관의 수사로 경영 일정은 파행 중이다.
특검 칼끝 앞에 선 삼성에 가장 뼈아픈 대목은 ‘상처받은 리더십’이다. 이제 막 경영일선에 나선 이 부회장이 유무죄 판결도 받기 전에 이미 사정기관과 국회에 불려다니면서 부도덕한 경영자로 낙인찍혔다는 우려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 수사과정에서 무리수가 많았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재판에서 법적인 시시비비를 공정하게 가리기 전에 특검이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을 흘리면서 삼성을 범죄집단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의 구속 영장 청구가 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아직 사실관계가 명확치 않은 구도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대기업 총수를 판단하는 검찰과 특검의 잣대도 판이하다. 검찰 수사에서는 대기업 총수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가에 팔을 비틀려 돈을 빼앗긴 피해자로 적시됐지만, 특검은 대가를 노리고 뇌물을 건넨 피의자로 판단했다.
특검 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부장판사가 “현재까지 수사 진행 내용과 경과,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 여지 등을 고려할 때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핵심 인물인 박대통령이 수사 받지 않은 와중에 뇌물공여자로 지목된 이 부회장에 영장을 청구했다는 것도 무리수였다는 지적이다. 보통 뇌물사건은 뇌물수수자를 먼저 수사한 후 뇌물공여자를 조사한다. 특검이 수사상 편의를 위해 사실관계가 명확치 않은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된 이 부회장을 구속하려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이유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의 수사 순서와 구속영장 청구순서는 뒤바뀌었다“며 “검찰과 특검이 대기업 총수들을 보는 잣대가 판이하게 다를 정도로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자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과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혐의가 유무죄로 확정되기도 전에 여론 재판으로 대기업 총수들에게 범죄자 이미지가 덧칠된 현상은 참담하기 그지없다”면서 “실추된 총수들의 이미지는 한국기업들의 브랜드가치 추락으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삼성의 시장 리더십도 타격받았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를 딛고 전략스마트폰 갤럭시S8을 출시하기위해 분주하다. 삼성 안팎에서는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에 이어 부정적인 이미지가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덧씌워질까 우려하고 있다. 투자와 인수합병(M&A) 추진, 신성장사업 확장 등도 잠정 중단 될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2014년 이후 삼성전자는 약 3년간 15건의 M&A추진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전장업체 등 주로 삼성이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자하는 혁신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대상이다. 삼성의 M&A 시계는 지난해 11월 14일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를 발표한 이후 멈췄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 대규모 투자와 스피드 경영이 이뤄져야하는 사업부에서도 유무형상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이 경우 삼성은 글로벌시장에서 기술적인 우위를 유지하는데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삼성 관계자는 “글로벌시장은 분초 단위로 변화하는데 특검 수사에 발목 잡혀서 삼성은 몇달이란 시간을 잃어버렸다”며 “지금 당장 매출과 이익을 잃지는 않겠지만 시간을 두고 여파가 심할 것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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