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먹는 집밥, 더 예쁘게 더 특별하게 -요리세상에선 사연도, 철학도 다양해 -맛으로 감성 깨우는 홈쿡족 2명의 얘기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한끼의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수고를 마다않는 ‘홈쿡족(族)’이 늘고 있다.
아무리 맛집이 넘쳐나도 결국은 집밥을 그리워하게 돼 있고 기왕 먹을거면 더 맛있게, 더 행복하게 먹자는 주의다. 이들은 생계형 끼니를 넘어 요리의 과정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느끼고 소통하며 산다.
인스타그램은 홈쿡족의 포트폴리오다. 19일 오전 7시 기준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에는 #요리하는 남자는 115284개(요섹남ㆍ요리하는 남자 44663개), #요리하는 여자 126188개 (요섹녀 5918개)에 이를 정도로 일상 속에서 요리는 스스로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아이콘이 됐다.
▶요리하는 남자. 우카(@wooka001)=널따란 우드디시에 직화로 구운 두툼한 삼겹살, 명이나물, 묵은지를 올렸다. 또 어떤 날은 뚝배기에 꼬돌꼬돌한 홍콩식 에그면을 삶고 문어와 청경채를 덮어 해물국수를 완성했다. 평범한 콩나물밥에 버터와 간장, 굴조림을 올리고 쪽파와 고추를 뿌려주면 콩나물밥도 특제로 신분상승을 한다. 고구마볼 튀김에 마요네즈를 새침하게 떨어트리고 제철 무화과를 곁들이면 그 자체가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이 된다.
‘대박’과 ‘최고’ ‘한입만’이라는 탄성이 쏟아지는 리플 속에서 기자도 은근슬쩍 ‘좋아요’를 눌렀다. 웬 파인다이닝의 셰프라도 알았건만, 위트있게도 그의 프로필에는 ‘요리는 취미’라고 써 있다.
“첫요리요?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캠핑을 가서 꽁치캔 통조림을 직접 끓였던 것도 요리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당시 대충 양념하고 보글보글 끓이기만 했는데도 친구들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그때 요리가 이렇게 즐겁다는 걸 깨달았어요.”
올해 38세인 정성욱 씨. 그의 인스타그램의 600여개 게시물 중 대부분은 음식이다. 6400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그는 작품에 가까운 요리들을 선보인다. 특별히 배운 적은 없은 없지만 미술을 전공했던 만큼 타고난 눈썰미와 손재주가 있었다.
그의 요리는 #우카밥상 이라는 해시태그로 하나의 콘텐츠가 됐다. 한식, 중식, 일식, 태국식에 이르는 다국적 요리와 디저트를 넘나들며 인스타그래머들의 시선을 강탈하고 있다.
“한번은 인스타 다이렉트 메시지로 연세가 지긋한 아주머니께서 ‘날씨도 궂은데 저녁 반찬은 뭐가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해오신 적이 있어요. 몇번 답을 해드렸더니 감사하다고 갓김치를 직접 보내주신 일도 있답니다.”
바닷가 마을, 자그마한 심야식당을 하는 흰머리 사장님이 꿈이라는 정 씨는 ‘그날을 위해 요리를 연습한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주방에서 팬을 올린다.
▶요리하는 여자. 둘리(@doolygrams)=새벽에서 아침에 이르는 시간. 부지런히 일어나 가장 좋아하는 가을방학의 노래를 틀고 오믈렛을 만든다. 계란을 두르고 치킨에 베이컨, 토마토 소스를 넣는 과정 모두 하나의 의식처럼 소중하다. 이는 음악과 함께 영상으로 재생되고 호들갑스러운 먹방에 지친 이들은 음식의 온기가 느껴지는 영상을 통해 조용한 위로를 받는다.
미국에 거주중인 30대 박지연 씨는 가사와 육아와 지쳤을 때 요리를 하면서 내면을 달랬다. 그가 올린 음식은 직접 만들고 찍고 먹은 집밥의 증거이기도 하다. 1000여개의 가까운 게시물 95%가 요리 사진이고 김치볶음밥, 고등어조림, 길거리토스트, 계란말이 등 그다지 특별한 메뉴는 없지만 74000여명의 팔로워가 그의 요리에 열광한다.
“홈쿡, 집밥이 건강한 요리를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것이잖아요. 나 혼자 배 채우는 식사를 넘어서서 더 건강하고 맛있게 담아낼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휴대폰으로 찍다가 많은 분들이 보시니 더 좋은 퀄리티로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에 DSLR로 찍어 편집해 올리고 있습니다.”
친숙한 음식을 더욱 맛깔스럽게 만들어 더 예쁘게 올리니 보는 이들은 공짜로 셰프의 요리방송을 구독한 기분이다.
박 씨는 요리로 인스타그래머들의 감성을 깨우기도 한다. 할머니집에 있던 나무밥상에 그 할머니의 사랑만큼 푸진 고봉밥, 쇠고기 미역국, 붉고 푸른나물들, 오징어볶음. 한상을 올리며 유년의 추억을 소환한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이역만리 떨어진 이들에게 받는 응원의 메시지는 요리하는 여자의 큰 기쁨이다. 파 열단을 찍어 올리고 “떡볶이에도 파스타에도 파전으로도 듬뿍 넣어먹을 생각을 하며 설렌다는 박 씨. 천상 ‘집밥의 여왕’ 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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