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 오르고 소비자물가도 덩달아 올라 -이상기온ㆍAI 확산으로 농산물값 특히 더 상승 -소비자들은 “라면ㆍ식용유 비싸서 안 살래요”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쓸 돈’은 없는데 ‘나가는 돈’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고용 불안과 집값 상승 등으로 각 가정에 생활비는 줄어드는데, 생활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이다. 이상기온 현상ㆍ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등으로 주요 농산물 가격이 특히 많이 올랐다.

치솟는 물가에 유통업계는 울상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생산자물가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00.79로 전월 대비 0.8% 상승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기업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국내 시장에 처음 내놓을 때 가격을 조사해 지수로 만든 것이다. 생산자물가는 곧 소비자물가로 이어질 수 있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100을 넘은 건 100.33을 기록한 지난 2015년 9월 이후 처음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으로 제조원가가 오르다보니 소비자들이 마주치는 제품가격의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밥상 물가’는 더욱 비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농산물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4.8% 상승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평년보다 가격상승률이 두 배 이상 오른 품목이 많았다. 무는 1개당 3096원으로 평년 1303원보다 2.4배 올랐고, 양배추는 평년보다 2.1배 올라 5578원이다. 당근은 보통 2692원이지만, 이달 전국 최고 1만원까지 육박한 바 있다. 지난해말부턴 식용유 제조업체가 7~9% 가격을 인상하고 라면과 빵, 맥주 가격도 오르는 등 가공식품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설 명절이 다가오는데 농산물 물가가 오르면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며 “주부들이 소비형태를 줄이고, 반대로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업체는 울며 겨자먹기로 영업하는 현실”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설 차례상을 간소화하거나 반찬 수를 줄이는 등 소비절벽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주부 양미진(32ㆍ여) 씨는 “장보기가 더 신중해졌다”며 “식용유 값도 많이 올랐고 계란도 비싸 올 설엔 전을 부치지 않고 그냥 사먹기로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