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현대차그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대 개막에 더해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4분기 실적에 주가도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우려했던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시동을 걸자, 현대차그룹 자동차 주(株)가 줄줄이 ‘도미노 약세’를 보이고 있다.

▶ 4분기 ‘어닝쇼크’... 기아차만 ‘선방’= 1일 코스콤에 따르면, 1월 한달 간 현대차그룹 내 자동차 관련주가 줄줄이 하락세를 달렸다. 지난 연말에 비해 현대차(-4.45%), 기아차(-7.26%), 현대모비스(-8,33%), 현대위아(-11.51%) 모두 큰 폭으로 빠졌다. 현대글로비스(0.65%)는 등락을 거듭, 강보합세를 보였다.

이날 오전 9시 3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장 초반 현대차(0.72%), 기아차(0.41%), 현대모비스(1.86%), 현대위아(0.62%), 현대글로비스(0.96%) 모두 소폭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올 들어 큰 폭으로 빠진 데 대한 저점 매수세로 풀이된다.

전날은 이들 실적발표 직후 장으로, 이날 하루만 현대모비스(-9.02%), 현대위아(-6.78%), 현대글로비스(-4.89%), 기아차(-3.58%), 현대차(-2.11%) 등이 큰 폭으로 빠져나갔다. 특히 현대위아는 지난달 19일부터 7거래일 연속 하락, 기아차도 5거래일 연속 하락한 끝에 이날 52주 신저가를 찍었다.

현대차를 비롯한 이들 계열사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현대차의 4분기 영업이익은 1조212억원으로 추정치와 컨센서스를 각각 34.5%, 28.9%나 하회하는 등 심각한 ‘어닝쇼크’를 냈다. 4분기 영업이익률은 4.2%로, 파업이 극심했던 지난해 3분기(4.8%)보다 더 낮은 수치다.

이는 지난해 장기간 파업으로 인한 공장 가동률 저하에 주말 특근이 이어지면서 원가구조가 높아진데다 내수 판매 부진이 때문이다. 환율이 오르면서 판매보증충당금이 증가한 것도 한 몫 했다.

현대차가 어닝쇼크는 수직계열화 된 자동차 부품 업체 현대위아, 현대모비스, 그리고 물류 담당 현대글로비스의 실적부진으로 이어졌다.. 기아차는 멕시코 공장 가동 효과로 해외 공장 판매(10.7%)가 증가하면서 매출액은 소폭 증가해 홀로 ‘선방’에 그쳤다.

▶ 美트럼프 영향은? FTA 재협상 타깃은 ‘자동차’= 증권가에서는 이번 현대차그룹의 ‘어닝쇼크’를 “일회성 비용”이라고 분석했지만,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체제가 발동 준비에 나서자 잇따라 목표주가를 내리고 보수적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16년 대미 수출 비중(누적 수출액 기준)은 자동차ㆍ부품이 36%에 달했다. 이는 컴퓨터(29%), IT가전(27%), 반도체(3%)를 큰 폭으로 웃도는 비중으로,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에 가장 큰 타깃으로 꼽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1차 타깃은 자동차”라며 “GDP내 수출 비중이 47%에 달하는 한국 기업에서 한미FTA 재협상의 주요 타겟은 발표 이후 최대 수혜를 봤던 자동차”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멕시코로 나가있는 공장들이 미국 본토로 들어와야 한다고 주창하며,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비를 충당하기 위해 멕시코산 제품에 수입관세 20%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은 53% 정도에 그쳐, 포드(93.4%), 혼다(80.0%), GM(69.5%), 니산(64.8%)은 물론 산업 평균(67.5%)에도 못미치고 있는데다 기아차는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있어 불확실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은 이들 자동차 관련주의 목표주가를 대폭 낮추고,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의 불확실성 해소가 주가 안정화에 주요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송재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구조전환 이슈도 아직 시기상조인데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 본격 가동으로 수직계열화 돼 있는 현대차그룹 전반의 수출 급증세를 기대했지만, 최근 트럼프 정책을 고려하면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차의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 미국 투자가 돌파구로 꼽힌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국 공장 신설로 기아차의 멕시코 공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며 “미국 2공장 건설 시 2020년 순이익은 6800억원 증가해 2016년 대비 11.8%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