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면세점 위기, 알고보면 제도적 허점 탓 -5년마다 특허권 갱신해야 하는 현행 관세법 -투자비용ㆍ노력 빛보기도 전에 특허권 뺏겨 -중국인 관광객↓…면세점 수는 2년새 2배↑ -업계 “면세점, 더이상 황금알 거위 아니다”
[헤럴드경제=구민정ㆍ김성우 기자] 예견된 일이었다. 백년대계는 커녕, 십년대계도 없었다.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는 점점 줄어드는데, 면세점은 계속 늘리기만 했다. 게다가 ‘5년 시한부 갱신’(5년마다 특허권을 갱신해야 하는 것)을 고집함으로써 투자한만큼 결실을 맺기도 전에 또 신규특허에 매달려야 하는 고질적인 병에 걸리게 만들었다. 바로 면세점 얘기다. ‘대한민국 1호 시내면세점’ 동화면세점의 위기 얘기이기도 하다.
매각설이 나돌고 있는 동화면세점의 위기는 이처럼 예견된 일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73년 문을 연 동화면세점은 사업권 매각설에 휘말리고 있다. 동화면세점은 최근 경영 상태가 악화된 가운데 루이뷔통ㆍ구찌 등 명품 브랜드들이 연이어 철수하는 시련을 맞았다. 설상가상 지난해 6월 주주인 호텔신라가 행사한 매도청구권(풋옵션)으로 지난달 19일까지 상환해야 할 715억원을 갚지 못해 다음달 23일까지 10%의 가산금을 더한 788억원을 상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에 대해 동화면세점 측은 “지난해 사상최대의 매출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매각설은 ‘사실 무근’이란 해명을 내놨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문제는 동화면세점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면세점 포화 상태로 다들 힘들어 하고 있다. 현재 서울 시내면세점은 10곳이 운영중이다. 앞으로 문을 열 면세점까지 합치면 올해 총 13곳이다. 요우커는 감소 추세인데 비해 면세점은 우후죽순 늘어나니, 면세점간 혈전은 피할 도리가 없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동화면세점의 매각설은 진위를 차치하고, 면세점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며 “제2, 3의 동화면세점은 예견돼 있다”고 봤다. 동화면세점 위기가 전체 면세점의 위기로 삽시간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현행 관세법이 면세점업계 위기 봉착에 한몫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기존에 10년이던 면세점 특허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는 관세법이 지난 2012년 개정됐고, 이를 관세청이 계속 고집함으로써 면세점시장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것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요우커 방문 숫자 등 시장환경도 중요하지만, 신규 사업자가 5년간 사업기반을 갖추기도 전에 신규 특허에 달려들어야 하는 악순환이 면세사업 성장성을 해친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말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발표에서 롯데면세점과 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가 선정된 반면 SK네트웍스와 HDC신라는 고배를 마셨다. 이에 24년 역사의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은 사업권을 잃고 하루아침에 폐점됐다. 폐점된 곳도 그렇지만, 새로 선정된 곳도 5년뒤 운명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장기 비전을 갖고 투자를 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5년이란 시간은 면세점에 투자한 비용과 노력이 결실을 맺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며 “누구든지 5년마다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는 이 상황을 만든 정부와 국회는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제도개선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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