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1번지 명동 한달새 중국인 절반 감소 -관광객 깃발부대 사라지자 매장안은 썰렁 -중국인보다 태국인 관광객을 잡겠다는 듯 -중국어 대신 태국어로 상품소개 하기도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마스크팩 원 플러스 원” “아이크림 오늘만 60% 세일”

꽃샘추위에도 명동 화장품 가게 점원들은 목청껏 판촉을 벌였다. 용의 불처럼 입김이 뿜어져 나왔고 두 손은 연신 양볼로 향했다. 중국어와 일본어, 한국어까지 3개국어 접객을 번갈아가며 ‘대박 세일’을 외쳤지만, 출입문을 통과하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사진=K뷰티 성지라 불리는 명동의 화장품 가게들]
[사진=K뷰티 성지라 불리는 명동의 화장품 가게들]
[사진=스킨푸드 매장에 북적이는 동남아인들. 중국어가 아닌 태국어로 상품소개가 붙어 있다.]
[사진=스킨푸드 매장에 북적이는 동남아인들. 중국어가 아닌 태국어로 상품소개가 붙어 있다.]

월요일 오후 3시. 사드 이슈로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다는 명동 모습이다.

이날 바닐라코 매장 점원 A씨(여ㆍ26세)는 “중국 관광객이 줄긴 줄었다. 최근 한 달 새 절반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인이 50%, 중국인이 30%, 태국 등 동남아인이 20% 정도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인근 또 다른 화장품 매장 직원 B씨(여ㆍ35세)씨도 “여기서만 3년째인데, 중국인은 지난해부터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라며 “최근 일주일새 급격히 줄었다. 매출도 20% 이상 떨어졌다”고 했다.

깃발을 쳐든 선봉대를 따라 명동을 휘젓던 중국인들이 자취를 감췄다. 캐리어를 끌고 마스크팩과 기초 화장품을 싹쓸이하던 ‘큰손’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사진=한적한 명동 기념품 골목]
[사진=한적한 명동 기념품 골목]

길거리 음식이 즐비한 골목으로 들어섰다. 가이드북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32cm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줄을 선 건 중국인이 아니라 태국ㆍ필리핀으로 보이는 동남아인들이었다. 중국인보다 태국인 관광객을 잡겠다는듯 스킨푸드 한 매장에는 아예 태국어로 인기상품을 소개하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대신 서너명씩 짝을 지어 다니는 소규모 중국인들이 곳곳서 눈에 띄었다. 중국인 사이 붐업을 일으킨 MCM 백팩을 멘 모습도, 김밥집 앞에서 중국어 메뉴판을 살피거나 사설 환전소 앞에 위안화 지폐를 세며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명동에 중국인 부대가 줄어 든 가장 큰 이유는 여행 트렌드의 변화다. 과거 중장년층 중심으로 몰려 다녔던 ‘깃발부대’서 20~30대 개별관광객인 ‘싼커(散客ㆍ중국인 개별관광객)’로 바뀌는 추세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국인들의 감소가 도드라진다고 볼 수 있다.

[사진=면세점 봉투가 버려져있다. 롯데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이 끊길 경우 수조 원의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면세점 봉투가 버려져있다. 롯데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이 끊길 경우 수조 원의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명동 상인들은 싼커 증가세보다 요우커 감소에 따른 타격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싼커들은 명동 상권보다 맛집탐방, 전통문화 경험 등 체험형 위주이기 때문에 기존 요우커들의 구매력보다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사드 이슈로 중국 국가여유국이 15일부터 한국 여행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면서 명동 상권에 비상이 걸렸다. 명동 상점, 면세점, 여행사 등 관련기업과 상인들에게 큰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행 단체 관광 상품, 에어텔(숙박+항공권) 등 일부 자유여행 상품을 더해 이번 조치에 따른 중국 관광객 감소율을 50%로 가정하면, 금지령이 1년 동안 이어질 경우 한국 면세점은 연 8조6000억원의 유커 매출 가운데 절반인 무려 4조3000억 원을 잃을 수도 있다.

‘K뷰티’의 성지라 불리는 명동 화장품 로드샵 관계자들은 “앞으로 중국인 발길이 줄어들면 매출은 더 떨어질 것”이라며 걱정을 내비쳤고 ‘I LOVE KOREA’ ‘I LOVE SEOUL’이 프린트 된 티셔츠를 파는 노점 주인 C씨도 “중국 관광객 없으면 장사가 막막할뿐”이라면서 “정부가 빨리 갈등을 해결해주기만을 바란다”고 했다.

[사진=한산한 화장품 가게 매장. 싹쓸이 쇼핑을 즐기던 중국인들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사진=한산한 화장품 가게 매장. 싹쓸이 쇼핑을 즐기던 중국인들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중국인 관광객은 벌써 끊길 조짐이다. 5일 한국관광공사와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대형 여행사 씨트립(C-Trip)을 통해 한국관광 상품을 구매한 유커(중국인 관광객) 100명 정도가 한국관광 금지령이 알려진 지난 2일 이후 4일까지 한국 여행 일정을 취소했다.

그렇잖아도 얼어붙은 내수에 중국 관광객 마저 끊기기 전에 국가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서울관광마케팅 한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중장기적 전략을 논의 중이지만, 지금 확실히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조만간 서울시 차원에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면 실행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