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정부가 경기진작을 위해 하반기에 쓸 재정까지 대거 앞당겨 집행하면서 오는 5월9일 대통령 선거 이후 출범하는 차기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재정절벽’에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민간의 경제활력이 떨어져 재정이 거의 유일한 ‘경기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상태에서, 재정 여력이 고갈될 경우 새 정부의 정책 운용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한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이러한 재정절벽에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 투자은행(IB)들은 하반기에 적게는 10조원에서 많게는 20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재정 조기집행에 총력을 기울여 지난 2월까지 중앙정부와 공공기관이 51조원의 재정을 집행해 당초 계획(45조7000억원)보다 5조3000억원 초과달성했으며, 이런 속도라면 1분기 목표도 무난히 초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274조7000억원 규모의 주요 관리대상사업 가운데 1분기에 31%인 85조2000억원, 상반기까지 58%인 159조4000억원을 집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조기집행을 독려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 조기집행을 확대한 것은 지난해 후반부터 경기가 급격하게 나빠져 올 상반기에 이를 방어하지 않으면 대응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특히 경기진작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이를 별도로 관리하는 한편, 재정사업을 집행할 때 의무적 선급률을 10%포인트 높이고 계약절차를 단축하는 등 조기집행 지침까지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또 서민 체감도가 높은 일자리 사업의 경우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통한 원스톱 지원 확대 및 공모절차 단축 등을 통해 집행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재정확대와 지난해 말 이후의 수출회복 등에 힘입어 최근 경기가 바닥권에서 조심스런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꽁꽁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고, 한국은행이 조사한 제조업 체감경기는 3개월 연속 개선돼 약 2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가 기조적으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조짐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대내외적으로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으며, 최근의 경기회복이 ‘기술적 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민간소비는 가계소득의 감소와 양극화, 13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 고령화와 노후불안, 고용불안 등 구조적인 요인으로 기조적인 회복이 어렵고, 수출은 중국의 사드보복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파고 등으로 증가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투명하다.
게다가 연초 경기회복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던 재정이 고갈될 경우 정부의 정책수단이 제한돼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IB들도 최근 우리경제가 바닥권에서 조심스런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불안요인이 상존한다며 하반기 확장적 재정정책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기 대선 이후 경기부양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면 추경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노무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소비자심리지수가 반등하고 주가도 크게 올랐지만, 성장률과 상관관계가 높은 결혼 건수가 5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 등 청년층을 중심으로 불안요소가 내재해 기조적인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즈와 크레딧스위스는 주택가격 하락 등 부정적 요인이 상존하지만 하반기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비는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바클레이즈는 1분기 재정 조기집행 효과가 소멸한 이후 조기 대선으로 경기부양책이 추진력을 얻으면서 추경이 구체화돼 국내총생산(GDP)의 1.4%에 이르는 2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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