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노인들은 투표 안 해도 아쉬울 게 없는 분들입니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의원(현 국민의당)은 이 한마디로 추격 의지를 스스로 꺾어버렸다. ‘531만여표.’ 직선제 이후 최다 득표차로 비참하게 패하면서 이명박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후보에게 정권을 내줬다. 물론 실언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명박 대세론’을 꺾기는 쉽지 않았을 터.

5ㆍ9 대선 유력 주자인 문재인ㆍ안철수 후보의 말이 구설수에 올랐다. ‘핵폭탄급’ 실언은 아직 없지만 보는 이를 불안하게 한다. 하인리히 법칙.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반드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가 존재하는 법. 문 후보는 과거 ‘스리디(3D)프린터’를 ‘삼디프린터’라고 말한 적이 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는 ‘무능’으로 저격했다. 문 후보는 물러서지 않았다. 5세대 이동통신을 뜻하는 5G를 일부러 ‘오지’라고 읽었다. 사실 이 정도는 설화(舌禍)도 아니다.

문제는 지난 13일 한국기자협회-SBS 주최로 열린 TV토론회에서 터졌다. 문 후보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유시민’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이재명’으로 잘못 호명했다. 국민의당은 ‘기억력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국민의당이 퍼뜨리는 ‘문재인 치매설’의 연장이다. 김영환 국민의당 선대위 미디어본부장은 “문 후보의 기억력과 표현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 대통령으로서 품격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실수”라고 해명하면서 “지나친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사람은 긴장하면 실수하기 마련이다. 다만 대통령이 돼서도 이런 실수가 반복되면 국가적 망신이다.

안 후보는 지난 11일 ‘대형 단설유치원 설립을 자제하겠다’는 발언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인터넷신문 ‘허핑턴포스트’는 다른 곳을 꼬집었다. “대머리가 되면 생기는 매력이 있다. ‘헤어(hair)’날 수 없는 매력.” 안 후보는 사립유치원 교육자들 앞에서 ‘아재개그’를 구사했다. 현장 반응은 뜨거웠지만 온라인은 냉랭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탈모인은 1000만명에 달한다. ‘민주두총’을 건드린 셈이다. 대머리 비하 발언부터 시작해 욕설과 지지 철회까지 비판 글이 쇄도했다.

안 후보는 지난 2월에도 TV프로그램에 나와 아재개그를 선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폭력적인 스포츠 선수는 펠레’ 이런 식이다. 펠레는 전세계 축구계의 ‘레전드’다. 남북이산가족상봉(2011년 11월) 행사에서 ‘오바마’를 건배사로 제안했다가 성희롱은 물론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을 받고 직을 내려놓은 경만호 전 대한적십자사 부총재의 일화가 떠오른다.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이자 철학이다. 5ㆍ9 대선이 24일 남았다. 대선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다. 사람들은 잘한 것보다 잘못한 것을 더 잘 기억한다. ‘설화’가 판세를 뒤집어놓을 수도 있다. 오해의 소지를 줄이는 것, 잘 만든 정책 못지 않게 중요하다. 정치외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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