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없어 선박준공영제 무산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정부가 그간 내놓았던 여객선 안전관리 대책을 살펴보니 일부는 법제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선에서는 여전히 안전불감증이 목격됐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인 2014년 9월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 중 안전관리의 지도 감독 체계는 개편됐다. 운항관리자를 해운조합과 분리ㆍ독립시키는 계획은 운항관리자 소속을 해운조합에서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넘기는 것으로 이행했다.

지난해 1월 얼어붙은 한강 수면을 무리하게 운항하다 침몰한 코코몽 호.  [헤럴드경제DB]
지난해 1월 얼어붙은 한강 수면을 무리하게 운항하다 침몰한 코코몽 호. [헤럴드경제DB]

안전규정을 위반한 선사에 대한 과징금도 3000만원에 불과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자 10억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여객ㆍ화물 겸용 여객선의 선령은 최대 30년에서 25년으로 단축했다.

관계부처 여러 곳에 나뉘어져 있던 여객선 안전관리 업무는 해양수산부로 일원화됐다. 화물 전산발권 전면도입 및 중량 계측, 선원 제복착용, 선장자격요건 강화 등도 해운법 및 하위 법령 개정에 반영됐다.

한국선급(KR)이 독점하던 국내 중ㆍ대형 선박 안전검사(정부선박검사) 대행권은 프랑스 선급법인 ‘뷰로베리타스’(BV)와 경쟁 체제로 만들었다.

미흡한 점도 남아있었다.

선박준공영제는 예산 등의 문제로 도입하지 못했다. 선박준공영제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항로의 경우 안전관리가 소홀하고 선박 노후화 등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직접 노선 운영을 맡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예산 확보에 실패하면서 결국 민간업체에 정부가 연 100억원 상당의 결손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탄력운임제 등도 도입됐다. 여객선 업자의 수익을 높여 안전관리에 투자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경북 포항의 한 여객선사는 14일부터 울릉도와 독도를 오가는 항로에 기존의 선령 6년 썬라이즈호 대신 선령 22년의 웨스트그린호를 투입했다. 법적으로 선령 25년 이하의 여객선을 투입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선령이 적고 성능이 좋은 배로 교체하지 않은 것에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일선에서 안전불감증 역시 꾸준히 지적된다.

최근 부산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는 선박안전법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1등 항해사 A(46) 씨와 선박회사 예약담당 직원 B(42) 씨등 21명을 무더기 입건했다.

이들은 선박에 탑승할 수 있는 최대 인원 수용치를 넘어선 상태에서 화물선을 운항했다. 또 선박회사 직원은 화물차 주인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적하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채 임의로 선적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관리가 강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1등 항해사와 선장들이 배 안에 누가타고 있는지 전혀 모를 정도로 관리 감독이 부실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지난달 31일 남대서양에서 대형 철광석 운반선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것과 관련해 노후 화물선 운항 문제 지적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배에 타고 있던 선원 22명의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진원 기자/


jin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