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미네르로 만든 최고급 와인 ‘까르민 데 페우모’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한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와인은 단연 칠레와인이다. 칠레와인은 포도 재배에 적합한 천혜의 자연환경, 가격 대비 뛰어난 맛으로 가성비 와인의 대명사가 되며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잡았다. 한국에서 칠레와인의 대표격은 ‘까베르네 소비뇽’으로 통한다. 하지만 칠레의 대표 품종은 ‘까르미네르’다.

‘까르미네르’는 1800년대 칠레에 다른 국제 와인 품종과 함께 운반돼 식재됐다. 하지만 19세기 ‘필록세라(Phylloxera)’가 유럽에서 발생하면서 ‘까르미네르’ 품종이 멸종한 것으로 여겨졌고, 이에 ‘까르미네르’의 존재는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지게 된다.

필록세라는 미국 종 포도에서 자생하는 진딧물의 일종인 벌레로, 유럽으로 건너가 유럽의 포더밭을 황폐화시키면서 와인을 비롯한 술의 역사를 뒤바꾸는 엄청난 일을 저지른 벌레다. 이 벌레는 포도뿌리를 손상시켜 병들에 만드는데, 미국 종 포도는 수천년 간 이 벌레와 동거하며 어느 정도 저항력이 생겼지만, 유럽 종 포도는 이 벌레의 침투를 받자마자 맥없이 쓰러져갔다.

또 식물학적으로 ‘까르미네르’ 품종은 느리게 숙성되는 점을 제외하고는 ‘메를로’ 품종과 매우 비슷한 특징을 지녀 ‘늦은 메를로’라는 이름으로 1990년대까지 불려왔다. 하지만 전문적인 연구를 통해 ‘늦은 메를로’가 필록세라로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까르미네르’라는 것이 밝혀지게 되면서 이후 칠레를 상징하는 특별한 품종이자 칠레에서만 광범위하게 경작되고 있는 유일한 품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까르미네르’의 어원은 ‘붉다’는 뜻의 ‘까르민’에서 유래됐다. 수확철이 되면 ‘까르미네르’의 포도나무 잎이 단풍이 든 것처럼 붉게 변하는데 바로 이런 색깔에서 이름이 착안됐다. ‘까르미네르’ 수확은 매우 까다로운 편인데 완생종이기 때문에 수확을 늦게 진행하게 되고, 이 경우 자연재해 등 위험 부담이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이런 늦수확은 포도에 풍부한 복합미와 초콜렛 풍미 등 깊은 아로마를 부여해준다.

칠레를 대표하는 품종 까르미네르로 만든 최고급 와인은 바로 ‘까르민 데 페우모(Carmin De Peumo)’다.

칠레를 대표하는 와인기업 ‘콘차이토로’(Concha Y Toro)에서 칠레 대표 품종으로 최고의 와인을 만들겠다는 야심 속에 만들어진 제품이다. 1883년 설립된 콘차이토로는 남미의 대표 와이너리로 현재 전세계 147개국에 수출되고 있는 세계 시장을 선두하는 와이너리다. 1997년 프랑스 특급 와인의 자존심인 ‘샤또 무똥 로쉴드’의 바롱 필립 가문과 조인트 벤처로 알마비바를 출시해 칠레 울트라 프리미엄 와인의 장을 열기도 했다. 콘차이토로는 1만800ha가 넘는 빈야드를 칠레를 비롯한 미국, 아르헨티나 등 다양한 지역에 소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영국 주류 전문 리포트 ‘인텐저블 비즈니스’ 선정 ‘가장 영향력있는 브랜드 1위’, ‘와인&스피릿’ 선정 ‘2016년 최고의 100대 와이너리’로 선정됐다. 특히 콘차이토로의 아이콘 와인인 ‘돈 멜초’는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100대 와인에 총 8번 선정된 바 있다. 콘차이토로는 최고급 와인부터 트리오, 프론테라 같은 합리적인 가격대의 와인까지 다양한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까르민 데 페우모’는 까르미네르가 가장 잘 만들어진 ‘페우모 빈야드’에서 생산됐다. 페우모 빈야드는 카차포알 강의 산비탈을 따라 자리잡고 있으며 해안의 영향도 동시에 받는 지역이다. 강의 영향을 받은 충적토 점토질로 구성돼 있으며, 이러한 진흙질의 토양은 물을 머금고 있어 포도의 숙성에 도움을 준다. 반지중해성 기후로 따뜻한 낮과 시원한 밤을 지녀 일교차가 큰 편이다. 여름에는 카차포알 강이 밤의 온도를 낮춰주는데, 이는 포도의 느린 숙성을 유도해 풍부한 아로마와 균형감을 잡아준다. 일조일은 연간 130일로 풍부해 과실의 집중도 높은 맛을 얻을 수 있다.

‘까르민 데 페우모’는 까르미네르 포도 품질이 좋은 특정 해에만 한정 생산된다. 가장 권위적인 와인매거진 ‘와인&스피릿’에서‘톱100 떼루아’에 선정된 페우모 빈야드에서 재배된 엄선한 포도 로만 양조된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칠레 와인 중 최고점인 97점을 획득했고,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세계 베스트 까르미네르’에 선정됐다.

깊고 진한 바이올렛 레드 컬러로 자두, 블랙베리 등의 풍성한 과일향이 입 안을 압도하며 구즈베리와 오크 숙성을 통해 얻어진 담뱃잎의 향이 복합적인 아로마를 형성한다. 쌉싸름한 초콜릿, 매끈한 타닌감과 함께 뛰어난 집중도와 농밀함을 갖춰 탄탄한 구조감이 돋보인다. 무게감과 풍부한 과일의 미감이 긴 여운으로 마무리된다.

‘레드 티라미수’는 까르민 데 페우모에 잘 어울린다. 흔히 초콜렛과 와인은 페어링하기 쉬운 조합은 아니지만 비터 초콜렛의 쌉싸름한 맛을 연상시키면 디저트 와인이 아니더라도 초콜렛과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체리 콤포트, 마스카포네 크림치즈, 초콜릿 3층 레이어로 이루어진 티라미수는 까르미네르 와인의 집중도 높은 레드베리의 맛을 살려주면서 쌉싸름함을 동반하는 초콜렛, 타바코의 풍미를 극대화시켜준다. 독특한 마리아주이지만 전세계적으로 활동하는 미슐랭 3스타 셰프 ‘브루노 메나드’가 추천한 페어링이니 믿고 먹어봐도 좋다.

▶ 콘차이토로 까르민 데 페우모

○원산지 : 칠레 > 카차포알 밸리 > 페우모 빈야드

○포도 품종 : 까르미네르 85%, 까베르네 소비뇽 9%, 까베르네 프랑 6%

○빈티지 : 2012년

○적정 음용온도 : 14도

○가격 : 50만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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