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생산ㆍ제지 일관화 여부가 차별화 포인트 하반기 펄프가격 약세 전환하면 한솔제지 수익성 개선 전망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국제 펄프가격이 롤러코스터처럼 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한솔제지와 무림P&P의 표정도 시시각각 엇갈리고 있다. 펄프생산과 제지의 일관화 여부가 두 회사의 운명을 갈랐다. 지류와 펄프를 함께 생산하는 무림P&P가 1분기 국제 펄프가격 상승세 속에서 함박웃음을 지은 반면, 지류 제조 및 판매에 특화된 한솔제지는 국제 펄프가격이 약세 전환할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에 높은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제 펄프가격이 오르면 무림P&P의 실적에, 떨어지면 한솔제지의 실적에 볕이 드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솔제지는 1분기 매출액 3470억원, 영업이익 180억원(잠정치)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1%, 47.7%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국제 펄프가격 강세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지, 라텍스 등 다른 원재료 가격도 함께 올라 한솔제지의 실적에 부담을 더했다.
펄프는 인쇄용지 생산원가의 50%를 차지하는 필수 원재료다. 지난해 4분기 톤당 568달러였던 국제 펄프가격은 1분기 620달러로 9%가량 치솟았다. 한솔제지는 매출의 67%가량을 인쇄용지와 특수용지에서 낸다. 제품 판매가격의 ‘요지부동’ 속에서 한솔제지의 이익률이 대폭 감소한 이유다.
반면 무림P&P는 1분기 약 1670억원의 매출액과 약 3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 펄프가격 하락과 그에 따른 펄프사업 부진으로 지난해 3분기 0원의 영업이익(해당 분기 개별기준)을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특히 지난해 총 180억원에 달했던 펄프사업 부문의 영업적자는 올해 1분기 40억원, 2분기 10억원으로 줄어든 뒤 3분기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개선될 것으로 점쳐졌다. 이른바 ‘전세역전’이다.
다만, 하반기에는 시장이 한솔제지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관측된다. 전 세계 펄프 생산량의 약 10%를 담당하는 인도네시아 OKI(아시아펄프&페이퍼의 자회사ㆍ펄프 생산능력 연간 280만톤)가 신규 물량을 쏟아내면서 국제 펄프가격이 다시 한번 하락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솔제지가 지난 3월 인쇄용지 수출가격을 4~10% 인상한 데 이어, 내수가격도 4월부터 같은 수준으로 인상한 점도 호재다. 상반기의 부진을 만회할 기회다.
국제 펄프가격 동향을 떼낸 순수 인쇄용지 시장의 분위기는 두 회사 모두에게 나쁘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인쇄용지 시장이 향후 ‘수요초과’ 상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지업계 한 관계자는 “한솔제지그룹과 무림제지그룹이 지난 2014년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며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인쇄용지 생산능력(capa)은 280만톤으로, 처음으로 과거 출하량(2015년 기준 288만톤)을 밑돌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한솔제지가 매출액 1조 5336억원ㆍ영업이익 1168억원을, 무림P&P가 매출액 6401억원ㆍ영업이익 301억원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솔제지의 연간 실적은 ‘상저하고’의 형태를 띨 전망”이라며 “상반기까지는 지난해 기고효과로 인해 실적 모멘텀이 부진할 테지만, 2분기 원가 상승분을 제품 판매가에 반영하면서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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