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편취 규제범위’변경 따라 롯데, 총수지정 변경 않기로 결정 공정위 “실질 그룹장악은 신동빈”

신격호<사진>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여전히 실권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신동빈 롯데 회장의 ‘뉴롯데’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대외적으로는 롯데그룹 총수로 아버지 신 총괄회장이 지정된 것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1일 진행된 공정거래위원회 상호출자ㆍ채무보증제한 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 그룹 동일인(총수)을 신격호 총괄회장으로 신청했다고 2일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을 동일인으로 공정위에 신청을 한 게 맞다”며 “소유 지배구조 측면에서 변동이 없고,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1심 판결이 나오긴 했지만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아 예전과 같이 (신 총괄회장으로) 신청했다”고 했다.

공정위는 실제로 국내 31개 그룹의 총수를 지정하면서 롯데그룹 총수 변경에 대해 검토했지만 결국 롯데 총수에 대해 신 총괄회장을 그대로 뒀다.

공정위의 해당 지정 행위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의 기준을 정하기 위함이다.

동일인(총수) 지정은 실제 그룹의 경영권을 누가 행사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다. 대표적으로 상장 계열사의 총수일가가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부당거래액이 증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사익편취 규제’는 총수 일가의 지분에 따라 적용된다. 총수 일가의 범위는 동일인(총수) 본인을 기준으로 혈족 6촌, 인척 4촌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회사와 거래하는 경우 사익편취 규제를 받게 된다. 때문에 동일인, 즉 공정위가 정하는 총수가 누구냐에 따라 동일인과 그 특수관계인을 규정하는 규제 범위가 바뀐다.

공정위는 지난해 한차례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총수로 신 총괄회장이 아닌 신동빈 회장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론 총수 변경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동일인 지정은 소유 지배구조 상황이 중요하고, 이 부분에 있어 큰 변동이 없어 신 총괄회장으로 유지했다”며 “롯데 측에서도 신격호 총괄회장으로 신청했기 때문에 이 부분도 주의깊게 봤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 총괄회장의 경우 성년후견 개시 사건과 관련해 마지막 대법원의 판결만 남겨두고 있다. 앞서 1ㆍ2심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에 건강상에 문제가 있는 신 회장을 여전히 규제 대상 기준이 되는 그룹총수로 지정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경우 건강상 문제로 실질적인 기업 경영 활동이 어렵다”며 “이미 실질적인 경영활동을 진행중인 신동빈 회장을 동일인으로 신청, 지정하지 않은 것은 지극히 보수적”이라고 밝혔다.

구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