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입지 않았다면 지금도 비장애인 생활체육 또는 엘리트 선수를 지도하고 있겠죠. 장애인 지도자의 길은 우연히 찾아 왔어요. 장애 판정을 받고 병원생활을 마무리할 때 여자친구(지금의 아내)가 대구장애인체육회의 장애인체육지도자 모집에 지원해 보라고 권유했어요. 그게 제 삶을 바꿨습니다.”대구광역시 장애인탁구팀 코치를 맡고 있는 박준서(35)는 장애인탁구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를 담담하게 설명했다. 박 코치는 2008년 대구광역시 남구생활체육회에서 생활체육 지도자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국생활체육지도자 연수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오토바이 교통사고를 당해 1년 가까이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족관절 각도에 문제가 있어 지체6급 장애판정을 받았다. 이 장애는 등산, 계단 오르기, 쪼그려 앉기 등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있다. 심지어 그냥 오래 서 있어도 혈액순환이 안 돼 발이 붓고, 통증이 나타난다.
또 다른 탁구지도자의 길박준서 코치는 초등학교 3학년(1992년)부터 탁구를 치기 시작했다. 성실하게 훈련하며 선수의 꿈을 키워나갔다. 크게 빼어난 성적을 낸 것이 아니어서 대학교 진학을 앞두고 특기자로 학교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일반 체육대학교에 진학해 탁구지도자가 될 것인지 기로에 섰다. 결국, 선수가 아닌 지도자의 길을 선택했다. 박 코치는 대학생활을 하며 초등학교 탁구 선수들의 트레이너를 했다. 졸업과 동시에 생활체육회에 입사해 청소년 체육활동 및 소외계층 지도에서 열정적으로 일했다. 그 결과 입사 1년 만에 구청장(대구광역시 남구) 표창을 받는 등 생활체육회 지도자로 자리를 잡아나갔다. 하지만 이때 교통사고의 시련이 닥친 것이다. 중증장애인에 비하면 큰 핸디캡은 아니었지만 생업인 체육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생각이 그를 매우 힘들게 했다. 아내의 권유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계기였고, 박준서 코치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장애인 탁구’를 접하면서 다시 예전의 꿈을 꾸게 됐다. ‘지도 대상은 다르지만 새로운 분야인 장애인 탁구를 개척해보자’는 각오로 대구광역시장애인체육회에 장애인탁구지도자로 입사했다. 장애인 체육 현장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을 지도하는 것은 비장애인 탁구지도의 경험이 있는 까닭에 내용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장애의 유형을 이해하며 마음을 닫는 장애인 선수에게 다가가기 위해 더 친화력을 보이며, 쉽고 재미있는 지도를 하는 것이 필요했다. 특히 장애인 체육을 경험하지 못한 장애인들을 가르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시간은 조금 걸려도 모두가 만족하는 수업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성실하게 가르쳤고, 이 과정에서 보람을 얻게 됐다.
진인사대천명의 성공박준서 코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생활체육지도자 경험이 있다. “2010년 서부공업고등학교 특수학급 학생들의 탁구수업이었죠. 참여 학생들의 집중력이 높아지고, 비장애 학생들보다 느리지만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학생들을 대상으로 올린 자료가 대한장애인체육회 우수지도자의 영광으로 이어졌습니다. 같은 해 경혜여자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체육수업을 지도했는데 그 학생들 중 한 명은 훌륭한 장애인 탁구선수로 성장했습니다.” 박 코치는 이런 경험에 감사하다는 생각뿐이다. 4년간의 장애인생활체육지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박준서 코치는 더 큰 꿈을 꾸었다. 대구시청 장애인 탁구부가 2012년 장애인 탁구 최초의 실업팀으로 창단됐다. 이 팀의 주요선수들은 런던패럴림픽(2012년)과 리우패럴림픽(2016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대한민국 장애인 탁구 발전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이에 박 코치도 2016년 1월 대구시청의 코치로 합류해 전문 탁구코치의 길로 접어들었다. “장애인체육회에서 근무할 당시, 각 클럽의 선수들을 지도하다 보니 개인의 장단점보다는 클럽의 분위기와 전체적인 기본기 위주의 지도가 주가 됐습니다. 그런데 실업팀 코치를 하면서 휠체어 2~5체급 선수들만 집중 지도하다 보니 선수의 성향, 개인별 장단점 등 시합에 필요한 여러 요소들에 대해 전문적인 시각을 갖게 됐죠. 이것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의 열정은 실업팀 코치가 되면서 더욱 강해졌다. 박준서 코치는 실업팀에서 선수들의 손과 발을 자처했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서로 믿고 훈련하는 것을 가장 중시한다. 박 코치는 “실업팀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성적에 대한 부담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이기기 위해 소극적으로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감을 가지고 연습한 기술들을 실전에서 과감하게 사용하라고 주문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대구시청 장애인 탁구팀의 운영을 맡고 있는 대구장애인체육회와 함께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즐겁게 운동할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들을 하나씩 개선하고 있다.
태극마크를 달고 패럴림픽 제패를 꿈꾼다박준서 코치는 2015년 국가대표 코치에 이어, 2017년에도 아시아선수권대회 대표팀 코치로 발탁됐다. 오는 5월 8일부터 국가대표 입촌식을 시작으로 국가대표 훈련에 돌입한다. 2017년 국가대표는 남자 11명과 여자 8명으로 선발되었다. 그의 대구시청 소속선수도 국가대표에 3명이나 포함됐다. 이미 국가대표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해 훈련계획을 세워 놓았다. 대표팀 선수들인 만큼 특별한 운동보다는 항상 하는 훈련을 집중해서 소화하고, 기본기 중심의 랠리 컨트롤에 신경쓸 것을 강조할 생각이다. 장애인 탁구 지도자로서 인정을 받은 박준서 코치는 두 딸과 지금의 길을 안내해준 아내에게 늘 감사한다. 아이들은 아빠와 장시간 떨어져 있어도 투정을 부리기는커녕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2020년 도쿄 패럴림픽을 향한 그의 열정은 더욱 힘을 받는다. 박준서 코치는 장애인 탁구가 비장애인 탁구에 비해 크게 소외되고 있는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 노상 장애인 체육의 우수성과 그 감동을 많은 이들에게 전달할 방법을 고민한다. 또 ‘장애인 탁구의 알림이’를 자처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장애인 탁구의 매력을 설명한다. 생활체육 탁구가 큰 붐이 일고 있는 요즘, 박준서 코치가 몸 담고 있는 장애인 탁구도 전망이 밝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곽수정 객원기자 nicecandi@naver.com]*'장체야 놀자'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유익한 칼럼을 지향합니다. 곽수정 씨는 성남시장애인체육회에서 근무하고 있고, 한국체육대학에서 스포츠언론정보 석사학위를 받은 장애인스포츠 전문가입니다. 장애인스포츠와 관련된 제보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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