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련 부처 인선 촉각 前정권과 달리 예측 가능 기업들 조직 개편 움직임도

#1. “그쪽 사람 누가 있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지난 10일 오후. A그룹 기획실엔 긴박감이 흘렀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총리 등 문재인 정부의 요직을 차지할 인물들의 인사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늦은 오후부터는 경제부총리 인사 하마평 기사들도 쏟아졌다. A그룹 관계자는 “정부 인사에 맞춰 사내 조직 개편도 연동돼 움직인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성향 파악 등은 필수라 오후에 기획실 회의가 소집됐었다”고 설명했다.

#2. “설마 그분이 오시겠어...”

금융권인 B사의 10일 오후 분위기는 살벌(?)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차기 금융위원장에 특정 인사가 거명된 것이 원인이었다. 금융위원장은 은행 등 금융권의 목줄을 쥐고 흔들 수 있는 핵심 요직이다. 금융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죽었던 은행이 살아나고 반대의 경우도 부지기수다. B사 관계자는 “제발 그분은 아니어야 한다”고 내부 위기감을 전했다.

재계가 숨죽이고 있다. 각 기업 대관팀은 물론이고 영업 및 생산 부서까지 그 여파가 미친다. 특히 오너 승계 문제가 걸려있는 그룹들은 문재인 정부가 내건 ‘불법 승계 엄단’ 공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그룹사 관계자는 “합법적 승계는 상속세 탓에 쉽지 않다. 그렇다고 ‘최순실 사태’ 때문에 정권까지 바뀐 마당이라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누가오나’ 촉각= 정권 교체기 재계의 당면 사안은 ‘학습’이다. 대관 소통 창구로 역할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사실상 와해위기에 처하면서 각자 도생이 필수가 됐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을 타던 대관팀의 역할도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그룹사 관계자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해체가 재계에 던지는 파장이 적지 않다. 이전과는 다르게 역할하되 정공법을 택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재계 공통 관심사는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장 등에 누가 낙점돼 오느냐다.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거래법을 다루는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장으로, 불법 하도급 및 담합 등을 다룬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위의 조사국 부활 및 재벌범죄 무관용 원칙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국세청은 기업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와 특별 세무조사 등을 담당하는 부처로, 기업의 생사 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평가를 들을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진 부처다.

사업 진행을 위해 접촉이 필요한 부처들도 적지 않다. ICT 기업들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인사가 사업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정유 화학 기업들의 경우 환경부가, 노사 분규가 잦은 일부 대기업들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성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장차관 40여명은 지난 8일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알려진 인물”… 파악 용이= 문재인 정부는 10일 총리 등 3명을, 11일에는 민정수석에 조국 교수 등을 지명했다. 여타 부터 장차관 인사는 아직은 ‘하마평’ 수준이다. 기업들은 이전 정부와는 달라진 점에 대해 “예측 가능한 인물”이란 점을 꼽는다.

이낙연 총리 지명자의 경우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영남 인사가 아닌 인물을 총리로 생각중이다”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어, 이전부터 총리 물망에 올랐던 인물이다. 임종석 비서실장 역시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비서실장을 맡아왔었고, 국정원장 내정자 역시 과거 참여정부 시절 함께 일을 했던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재계는 경제부총리 인선에도 깊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 대통령의 경제 정책 의지가 경제부총리 인선에서 결정된다는 점에서 후보시절 캠프에서 함께 일했던 경제통 가운데 한명이 낙점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조윤제 국민성장소장은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을 맡으면서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김광두 원장은 문 대통령의 ‘J노믹스’ 설계자로 알려져 있다. 관료 출신 정치인이자 참여정부에서 국세청장과 행자부·건교부 장관을 역임한 이용섭 전 의원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알려진 인물들이라는 점 때문에 과거보다는 성향 파악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며 “정부의 방향성이 정해지면 기업들은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경영계획을 세운다. 현재로선 추이 파악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