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참여정부 시절 추진하다 무산됐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안을 다시 꺼내들었다. 고위 공직자를 비롯해 검찰 내부 비리를 수사하고 기소까지 전담하는 공수처를 설치해 그동안 권력 눈치를 봐온 검찰의 수사관행을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수처 설치는 20년간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검찰개혁안으로 꾸준히 거론됐지만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표류해왔다.

그러나 최근 법조 비리와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공수처 설치 주장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 공수처를 반대해온 검찰도 지난해 전ㆍ현직 검사장들의 비리로 홍역을 앓은 데다 검찰 출신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가 공정성 시비를 부르면서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수사구조 개혁 문제를 다루는 경찰의 한 고위 관계자도 “국민의 공수처 지지가 현실이다. 이걸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 ‘정치수사’ 논란 해소 기대=공수처는 검찰이 국회의원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 판ㆍ검사 등을 수사할 때마다 제기된 ‘봐주기 수사’ 혹은 ‘정치수사’, ‘하명수사’ 논란을 해소해줄 대안으로 꼽힌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의 ‘미르ㆍK스포츠 재단’ 강제모금 의혹이 불거졌을 때에도 검찰은 수사 초반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 ‘늑장 수사’라는 질타를 받았다.

허현준 청와대 행정관이 개입된 어버이연합의 관제데모 의혹 수사도 1년 넘게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선을 긋는 식으로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검찰 수사를 사실상 방해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고위 공직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수사를 독립적으로 할 기구를 별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검찰에 불과’ 우려도=그러나 공수처에 대해선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올 3월 경찰에 직접 수사권을 주는 내용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수처 설치에 대해선 꾸준히 반대 입장을 보여 왔다.

금 의원은 “공수처는 검찰 권한에 손대지 않고 새로운 수사기관을 하나 더 만들어서 검찰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에서도 그동안 ‘공수처는 옥상옥’이라는 논리로 반대해왔다.

경찰의 한 관계자도 “공수처만 신설되는 것이 제일 큰 걱정이다. 수사권 조정이 반드시 함께 이뤄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수처에 수사권과 함께 기소권까지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민감하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의 근간인 기소독점주의 전통이 깨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수처가 검찰처럼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질 경우 그동안 검찰의 무리한 수사 관행 등으로 나타난 문제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치적 독립, 여전히 의문=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에 대해서도 일부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공수처장을 임명하는 방식이나 예산지급 등의 측면에서 국회나 대통령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중립적인 기관이 되기는 여전히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공수처장 추천위를 국회에 두고, 추천위가 추천한 공수처장 후보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고위 공직자로 한정돼 있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검찰에선 고위 공직자 비리의 단서가 주로 기업범죄 수사를 통해 확보되는 만큼 기업범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로선 독자적인 비리 적발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김현일 기자/